(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홍콩증권거래소가 상장기업이 인수·합병이나 자산 매각 같은 거래를 할 때 따라야 하는 규제를 대폭 손 보는 개편안을 9월 21일 발표하고 공개 의견을 수렴중이다.

회사를 통째로 인수하거나 매각하는 등 규모가 큰 거래에서 주주 동의를 받아야 하는 기준을 완화하고, 자회사를 따로 상장시키는 절차도 간소화하는 것이 이번 증권 거래 규제 완화의 핵심이다.

이번 개편안은 홍콩증권거래소가 지난 3월 13일 발표해 7월 24일 마무리한 1차 개편의 후속 조치다.

1차 개편이 신규 상장을 원하는 기업의 문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2차 개편은 이미 상장을 마친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하거나 구조조정을 할 때 거쳐야 하는 절차를 손보는 내용이다.

홍콩증권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2024년과 2025년 상장기업이 공시한 거래는 각각 2266건, 2133건이었다. 이 중 약 18%(각각 419건, 366건)는 규모가 커서 주주 동의까지 받아야 했다.

홍콩증권거래소는 이런 승인 절차 때문에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컸다고 보고 이번 개편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홍콩증권거래소는 이사회가 더 많은 재량을 갖고 판단하도록 하되, 투자자에게 알리는 정보는 더 충실하게 제공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겠다고 설명했다.

홍콩증권거래소 – 홍콩교역소(香港交易所, Hong Kong Exchanges and Clearing Limited, HKEX)

‘대형 거래’ 기준 완화

가장 큰 변화는 주주 동의가 필요한 ‘대형 거래’로 분류되는 기준이다. 지금은 거래 규모(대금, 자산가치 등)가 회사 규모의 25%를 넘으면 대형 거래로 분류돼 주주 동의를 받아야 했는데, 앞으로는 이 기준이 50%로 올라간다. 다만 돈을 빌려주거나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거래에는 이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거래 규모가 25%~50% 사이인 경우에는 주주 동의 없이, 대신 더 자세한 공개 자료를 내는 것으로 대체된다.

거래가 얼마나 큰지 판단하는 방식도 바뀐다. 지금까지는 ‘이익’을 기준으로도 거래 규모를 따졌는데, 이 방식은 없애기로 했다. 또 거래 대금이 회사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할 때는 앞으로 시가총액과 회사가 보유한 순자산 가치 중 더 큰 쪽과 비교하도록 바꾼다. 회사가 원래 하던 사업과 관련된 자산을 사거나 빌리는 거래라면, 규모가 크더라도 이사회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 확인만 하면 주주 동의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대신 회사가 공개해야 하는 정보는 더 많아진다. 거래의 주요 조건, 가격을 어떻게 정했는지, 인수하거나 파는 대상 회사의 핵심 재무 상황, 거래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을 투자자에게 자세히 알려야 한다. 다만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 회계감사인이 재무자료를 다시 검토하는 절차는 없애는 등, 서류 작성 부담을 줄이는 방향의 변화도 함께 담겼다.

바꿔 말하면 이번 개편으로 이사회는 예전보다 더 큰 거래를 주주 표결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대신 개별 주주가 표결로 거래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범위는 줄어들고, 그 자리를 더 자세한 공시 정보가 대신하는 구조다. 홍콩증권거래소는 이런 정보 공개 강화와 이사회의 책임을 전제로 투자자 보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대주주·경영진과의 거래 기준도 완화

최대주주나 경영진처럼 회사와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하 특수관계인)과 거래할 때 적용되는 규제도 완화된다.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가진 자회사와 거래할 때 규제 대상이 되는 지분 기준이 지금은 10%인데, 앞으로는 30%로 올라간다. 즉 특수관계인의 자회사 지분이 30%가 안 되면 특별한 규제를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대금 비교 방식 완화도 이런 특수관계인 거래에 똑같이 적용된다.

또 중국 본토 기업에만 별도로 적용되던 규제 하나는 아예 없어지고, 특수관계인과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거래의 연간 한도도 지금은 금액으로만 정해야 했는데 앞으로는 매출 대비 비율로도 정할 수 있게 된다.

자회사 분리상장, 거래소 사전승인 없이도 가능해져

회사가 자회사를 따로 떼어내 별도로 상장시키는 절차(스핀오프)도 크게 간소화된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둘 다 이미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면, 스핀오프에 적용되던 별도 규정을 모회사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 새로운 ‘자체평가’ 절차도 도입된다. 이사회가 스스로 요건을 충족했다고 확인하고, 모회사 시가총액이 100억 홍콩달러(9월 22일 기준 환율로 약 1조9000억원) 이상, 핵심 사업 매출이 10억 홍콩달러(약 1920억원) 이상, 자회사를 떼어낸 뒤 남는 사업의 매출과 자산이 전체 그룹의 절반을 넘는다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거래소의 사전승인 없이 스핀오프를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이 절차는 메인 보드(Main Board) 상장기업에만 적용되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GEM(성장기업) 상장기업은 기존대로 거래소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존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을 우선 배정하던 제도도 모든 스핀오프에서 없어진다. 또 모회사가 상장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야 자회사를 분리상장할 수 있었는데, 이 대기 기간이 지금 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두 곳 이상의 거래소에 동시에 상장된 기업이거나, 중국 본토 또는 홍콩증권거래소가 인정한 해외 거래소에 2년 이상 상장된 이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이 대기 기간 자체를 면제받는다.

공개 의견 접수 11월 30일까지

홍콩증권거래소의 Katherine Ng Kit-shuen 상장총괄 담당자는 이번 개편이 상장기업에는 더 유연하고 예측 가능한 거래 환경을 제공하면서도, 충실한 정보 공개와 이사회의 책임 있는 판단을 통해 투자자 보호 수준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출처: Exchange Publishes Consultation Paper on Phase II of Listing Framework Competitiveness Review)

한편 홍콩증권거래소는 이번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오는 11월 30일까지 받는다. 제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거래 관련 규정은 새 규정이 시행된 이후 조건이 합의되는 거래부터, 자회사 분리상장 규정은 시행 이후 새로 신청하는 건부터 적용될 예정이며, 공개 자료 작성 등 일부 요건에는 한 달의 준비 기간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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