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과거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과 투쟁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독재와 공권력의 압제에 맞섰으나 끝내 실패를 경험했던 홍콩 시민 사회가, 최근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NEC)의 ‘투표율 통계 조작 및 전산 은폐’ 파문을 비상한 관심과 충격 속에 주시하고 있다.
특히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NSL) 제정과 ‘애국자치홍(愛國者治港·중국 공산당이 승인한 애국자만 출마 가능)’ 원칙 도입으로 사실상 투표권과 선거 제도가 완전히 형해화된 홍콩인들에게, ‘아시아 민주주의의 등대’로 여겨졌던 한국 선거 시스템의 파산은 남다른 중량감으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민주화 꿈꿨으나 좌절… 이정표였던 한국마저 전산 조작이라니”
최근 홍콩의 대표적 소셜미디어 ‘스레드(Thread)’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의 선관위 강제 수사와 최근 밝혀진 ‘6·3 지방선거 당일 72건의 주먹구구식 투표수 사후 수정’, ‘22대 총선 투표율 조작 감사 청구 셀프 기각’ 등의 보도가 실시간 번역되어 공유되고 있다.
홍콩의 한 정치학 연구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인들에게 ‘투표’는 오랫동안 피 흘려 갈망했던 열망의 대상이었으나, NSL 시행 이후 ‘선거’는 중국 당국이 지목한 애국자들만 나서는 통제된 형식주의 요식 행위로 전략했다”며 “홍콩인들은 광주 민주화운동의 비극을 딛고 완전한 직접 민주주의와 선거 정의를 세워낸 한국을 유일한 해법이자 희망의 모델로 삼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그 모델이었던 한국에서 정작 선관위 관료들이 ‘숫자를 맞추자’며 메신저로 모의하고 전산망의 투표자 수를 은폐·분산 입력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우리가 지향하던 민주주의의 결말도 결국 부패와 시스템 실패였는가’라는 거대한 환멸과 함께 한국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보는 복잡한 심경이 교차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조명되는 3·15 부정선거와 스탈린의 명언
스레드의 홍콩 네티즌들은 이번 사태를 1960년 한국 역사상 최대의 부정선거였던 ‘3·15 부정선거’에 비유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 홍콩 네티즌은 “광주의 희생을 거쳐 이룩한 한국의 민주주의가 2026년에 전산망을 만지는 디지털 3·15 부정선거 수준으로 퇴행했다”며 “당시 이승만 정권이 선거 조작으로 결국 민주주의 파탄을 맞고 하야했던 역사를 한국인들이 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조셉 스탈린 전 소련 서기장의 비서였던 보리스 바자노프의 회고록에 등장하는 유명한 격언이 홍콩 온라인 공간에서 폭발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투표하는 자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개표하는 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I consider it completely unimportant who in the party will vote, or how; but what is extraordinarily important is this — who will count the votes, and how.”)
(참고: [김대중 칼럼] 표를 세는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부실’ 물타기 경계… “한국이 던질 답을 기다린다”
프랑스 AFP 통신 등 글로벌 외신들이 한국 선관위에 대한 강제 수사를 전 세계로 긴급 타전하고, 최근 미 백악관이 경고한 ‘중국 공산당의 글로벌 선거 전산망 침탈’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홍콩 사회는 이번 사태를 동아시아 전체의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확장하여 바라보고 있다.
한국 내부 일각에서 이번 사건을 ‘직원들의 행정적 부실’이나 ‘업무 실수’로 축소하려는 기류에 대해 홍콩인들은 “제도권 기득권층의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꼬집었다.
가장 비극적인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빼앗겨 본 홍콩인들은, 이제 민주주의의 거대한 시련에 직면한 한국 사회가 전산 조작의 실체를 엄정히 단죄하고 선거 정의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 아니면 시스템의 부패 속에 3·15의 대가를 다시 치르게 될지 그 ‘답’을 비상한 눈으로 주시하고 있다.
(참고: 트럼프, “中 공산당, 美 유권자 2억 2천만 명 정보 침탈했다”…기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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