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홍콩 정부가 기존의 소득 중심 ‘빈곤선(Poverty Line)’ 개념을 사실상 폐기하고, 특정 취약계층을 선별해 지원하는 ‘정밀(맞춤형) 빈곤 완화’ 정책으로 복지 체계를 전환한다.

특히 홍콩 정부는 취약계층 가족을 전담해 돌보는 전업 돌봄자(caregiver)를 새로운 정책 지원 대상으로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크리스 선 윅한(孫玉菡, 손옥함, Chris Sun Yuk-han) 노동복지부 장관은 27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 발표된 ‘홍콩 정밀 빈곤 완화 전략 성과 보고서(Report on Impact of Targeted Poverty Alleviation Strategy in Hong Kong)’를 설명하며 이 같은 정책 방향을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기존처럼 ‘빈곤’을 공식 정의하거나 빈곤율을 발표하지 않고, 어떤 계층이 어떤 지원을 필요로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로 평가된다.

선 장관은 기존 빈곤선이 상대소득만을 기준으로 하는 ‘차가운 통계 숫자(cold statistical numbers)’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홍콩처럼 고령화가 진행된 사회에서는 절대적 빈곤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소득이 없는 많은 고령층이 실제로는 자가주택을 보유하고 있어 단순한 소득만으로 생활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료, 교육, 공공주택 등 정부가 제공하는 다양한 현물성 복지 역시 기존 빈곤선에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쪽방(Subdivided Flat) 거주 가구 ▲한부모 가정 ▲고령자만 거주하는 가구 등 실제 생활 여건이 취약한 계층을 중심으로 지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홍콩 정부는 사회복지·의료·교육 분야에 전체 경상지출의 약 60%를 투입하고 있으며, 공공임대주택과 종합사회보장지원(CSSA) 제도를 통해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은 이미 구축돼 있다는 입장이다.

전업 돌봄자 새 지원 대상 추진

이번 정책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가족을 장기간 돌보는 돌봄자를 새로운 복지 대상군으로 편입하는 방안이다.

선 장관은 가족을 24시간 돌보는 이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겪고 있지만, 단순한 금전 지원보다 심리적 지원과 휴식 기회를 더욱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도 상담전화와 수당, 주간보호 서비스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상당수 고령 돌봄자는 배우자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이른바 ‘숨은 돌봄자(hidden caregivers)’를 적극 발굴하고, 돌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단기 보호시설과 휴식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연계하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복지 혜택도 금액으로 환산

정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사회 이전 가치(Social Transfer Value)’라는 개념도 도입했다.

이는 저소득층이 공공주택, 의료, 교육, 복지서비스 등을 통해 실제로 받는 지원 규모를 금액으로 환산해 보여주는 지표다.

선 장관은 이를 복지 축소의 근거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사회에 얼마나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지 보다 투명하게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정부 보조를 받는 요양시설 입소자의 경우 정부 지원액은 월 약 2만 홍콩달러(HK$2만)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민간 기부와 복지기관 연결 플랫폼 구축

정부는 민간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새로운 복지 매칭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지역사회 거실(Community Living Room) 사업에서 활용된 민관 협력 모델을 확대해 패밀리오피스와 자선재단 등 기부 여력이 있는 민간 기관과 재원이 부족한 사회복지단체를 연결하는 중개 플랫폼을 연내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공공재원뿐 아니라 민간의 사회공헌 자원을 체계적으로 연계해 취약계층 지원 효과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출처: Hong Kong abandons ‘cold’ poverty line for targeted relief, plans new support for vulnerable caregi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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