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홍콩의 대표적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黃之鋒, Joshua Wong Chi-fung)이 지난 2일 홍콩 고등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그가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법원은 이날 형량을 확정하지 않고, 선고 날짜는 추후 통보하기로 했다.

홍콩 고등법원에서 열린 이날 심리에서 조슈아 웡은 검찰이 낭독한 공소사실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인정한다(confirm)”고 밝혔다. 그는 2020년 7월 1일부터 같은 해 11월 23일까지 네이선 로(羅冠聰, Nathan Law) 등과 함께 외국 또는 역외 기관·단체·개인에 홍콩 또는 중국에 대한 제재, 봉쇄, 그 밖의 적대적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하기 위해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해당 혐의는 국가보안법상 ‘외국 세력과의 결탁을 통한 국가안보 위해’ 조항에 해당한다.

국가보안법 지정판사 담요호(譚耀豪)는 변호인 측 정상참작 진술을 들은 뒤 형량을 확정하지 않고 심리를 연기했다. 담 판사는 황지봉이 별도 사건(범민주 진영 예비선거 사건)으로 2027년 1월 7일 출소할 예정이었던 점을 언급하며, 이를 고려해 가능한 한 빨리 선고 날짜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혐의는 국가보안법상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 원칙이나, 범죄 정황이 중대하다고 인정될 경우 10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이는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외국 세력과의 결탁’ 혐의로 진행된 두 번째 판결로, 앞서 진행된 지미 라이(黎智英, Jimmy Lai) 사건이 유일한 선례로 꼽힌다. 지미 라이 사건에서는 징역 15년이 양형 기준점으로 제시됐다가, 라이가 사건의 주도자로 인정되면서 18년으로 상향 조정된 바 있다. 법정에서 진술하지 않고 유죄를 인정한 피고인들은 3분의 1 감형을 받아 최종 10년형을 선고받았으며, 검찰 측 증인으로 진술한 공범들은 추가 감형을 받아 형량이 하한선 아래로 낮아지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심리에서 지미 라이 사건이 이번 사건보다 훨씬 중대하다며, 법원이 더 낮은 양형 단계를 적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2016년부터 이어진 ‘국제 로비’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조슈아 웡과 네이선 로의 공모는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2020년보다 훨씬 앞선 2016년부터 시작됐다. 두 사람은 같은 해 설립된 민주파 정치단체 데모시스토(Demosisto)의 핵심 인물로, 웡은 사무총장을, 로는 초대 주석을 맡았다. 검찰은 두 사람이 단체의 정치적 목표였던 ‘민주자결(民主自決)’을 국제 로비를 통해 관철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조슈아 웡 또는 로는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최소 두 차례 미국을 방문했고, 각각 한 차례 독일과 이탈리아를 찾았으며 유럽의회 인권소위원회에도 출석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미국 하원 소수당 대표였던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마코 루비오(Marco Rubio) 등과 접촉했으며, 2019년 11월 발효된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Hong Kong Human Rights and Democracy Act)’ 제정 추진 활동에도 관여한 것으로 지목됐다.

이 밖에도 조슈아 웡은 2019년 7월부터 2020년 5월 사이 미국, 프랑스, 스위스를 상대로 홍콩 경찰에 대한 전략물자·무기 공급 중단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4차례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미국은 2019년 10~11월 최루탄 등 군중 통제 관련 장비의 홍콩 수출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가보안법 시행 후에도 이어진 활동

공소사실은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2020년 6월 30일 데모시스토가 해산하고 조슈아 웡과 네이선 로가 잇따라 사퇴한 뒤에도 두 사람의 공동 목적은 바뀌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로는 해외로 떠나 ‘국제 전선’의 상징적 인물이 됐고, 웡은 홍콩에 남아 외신 인터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계속 촉구했다. 같은 해 7월 웡은 페이스북에 기존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고 정치적 입장도 포기하지 않겠다며, 단체는 해산했지만 해외에 있는 동료들이 ‘국제 전선’을 이어가는 동안 자신은 홍콩에 남아 국제사회와 외신의 관심을 계속 이끌어내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로 역시 이스라엘 디지털 포렌식 업체 셀레브라이트(Cellebrite)를 상대로 홍콩 경찰과의 협력 중단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주도했다. 검찰에 따르면 로의 요청과 이스라엘 인권 변호사의 이스라엘 정부 상대 압박이 이어진 끝에, 셀레브라이트는 2020년 8월 이미 미국의 제재 대상인 국가·지역에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며 홍콩 경찰에 대한 공급도 중단한다고 밝혔고, 같은 해 10월 이를 공식 확인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공소사실은 이 시기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취한 홍콩·중국 관련 제재 조치도 함께 정리했다. 미국은 홍콩·중국 관료 15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고, 영국·프랑스·독일은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을 잇따라 중단했다.

이미 별도 사건으로 복역 중…구금 2100일 넘어

조슈아 웡은 이미 별도의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그는 범민주 진영 비공식 예비선거와 관련된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2024년 유죄를 인정해 징역 4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2020년 11월 23일 2019년 반송중 시위 관련 사건(경찰본부 포위 사건)으로 수감된 이래 계속 구금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이 시작된 지난해 6월 6일에도 수감 중이던 그가 다시 체포됐다. 지난 2일 심리를 기준으로 그의 구금 기간은 2100일을 넘어섰다.

변호인 측은 조슈아 웡이 다음 달 30세 생일을 맞는다며, 그가 옥중에서 100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왔다고 전하고 선처를 호소했다.

조슈아 웡은 2012년 홍콩 학교의 국민교육 도입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를 주도하며 이름을 알렸고, 2014년 우산혁명(Occupy Movement)의 핵심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2016년에는 네이선 로 등과 함께 데모시스토를 공동 창당했으며,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해외 사회의 지지를 호소하는 활동을 벌였다. 중국 정부는 그를 홍콩 독립을 주장하며 외국 세력의 개입을 요청한 인물로 규정해왔다.

한편 이날 심리에는 스웨덴,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등 여러 국가의 영사가 참관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보여줬다.

홍콩 정부는 국가보안법이 2019년 시위 이후 사회 안정을 되찾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제 인권단체와 서방 국가들은 해당 법이 홍콩의 정치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참고: 實時更新|黃之鋒認串謀勾結 案情指與羅冠聰《國安法》 後繼續打國際線 官押後判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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