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미국이 2020년부터 5년 넘게 유지해온 ‘홍콩 관련 국가비상사태’를 종료했다. 홍콩·중국 정부는 이를 환영하는 성명을 냈으나,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대국민 연설을 진행하면서 이날 하루 워싱턴을 둘러싼 분위기가 크게 엇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7월 14일 제정된 행정명령 제13936호에 따라 매년 홍콩 관련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해왔다. 그러나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7일(현지시간)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행정명령 13936호에 따라 선포된 국가비상사태가 만료됐다”고 밝혔다. 5년 연속 갱신 이후 처음으로 연장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다만 OFAC은 이번 국가비상사태 만료가 별도의 법률인 홍콩 인권 민주주의법(HKHRDA)이나 홍콩자치법(HKAA)의 효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두 법률은 의회가 제정한 별도의 법으로, 행정명령과 무관하게 계속 유효하다. OFAC은 이번 변화를 반영해 홍콩 관련 제재 규정(31 CFR Part 585)을 조만간 연방관보에 개정 공고할 예정이며, 관련 지침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홍콩·중국 “관계 개선의 신호”로 환영

홍콩특별행정구 정부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미중 경제무역 합의 이행의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지키는 것이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며 국제사회의 기대와도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측에 중국의 주권과 홍콩의 법치를 존중해 달라고 촉구하면서, 양측 간 정상적인 경제·무역 교류가 재개되고 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US lifts HK emergency status)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같은 날 중국 상무부도 성명을 내고 미국의 행정명령 13936호 만료 방침을 양국 관계 개선을 향한 진전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트럼프 “中, 대선에 개입” 연설

홍콩 시간 기준 17일 오전 9시(미 동부시간 16일 오후 9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예정돼 있던 대국민 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새로 기밀 해제한 문건을 근거로 중화인민공화국 측에서 미국 유권자 약 2억2000만 명의 개인정보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미 대통령이 다음 선거에서 지길 원했다”고 발언하며, 국가정보국(DNI)·법무부·연방수사국(FBI)·중앙정보국(CIA)에 관련 은폐 의혹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외교부 린젠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이 같은 주장을 “근거 없는 날조”라고 규정하며 “중국은 타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왔다”고 반박했다.

(참고: China dismisses Trump election interference accusations as ‘entirely fabricated,’ threatens countermeasures)

제재 명단 자세히 보니…핵심 인사 다수는 여전히 남아

OFAC 발표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행정명령 13936호에만 근거해 지정됐던 인사들은 SDN(특별지정제재대상자) 명단에서 삭제됐다. 그러나 홍콩자치법에 따라서도 별도로 지정돼 있던 인사들은 SDN 명단에서 빠지는 즉시 ‘비-SDN 메뉴 기반 제재 명단(NS-MBS)’으로 옮겨졌으며, 2026년 7월 14일 이전에 이미 동결된 자산은 그대로 동결 상태를 유지한다.

이에 따라 존 리(李家超·이가초) 홍콩 행정장관, 전임 정무사장 캐리 람, 하바오룽(夏寶龍·하보룡)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주임, 낙후이닝(駱惠寧·낙혜녕) 중앙정부 주홍콩연락판공실 주임, 현 보안국장 등빙치앙(鄧炳強·등병강, 영문명 크리스 탕) 등 다수 핵심 인사들은 여전히 제재 대상으로 남았다.

명단 정리 과정에는 대비되는 사례도 있었다. 크리스 탕 보안국장은 과거 경무처장 재직 시절 지정된 이력이 남아 계속 제재 대상에 포함된 반면, 현직 경무처장인 레이먼드 시우(蕭澤頤)는 명단에서 완전히 삭제됐다. 현직 법무장관 폴 람(林定國)도 명단에서 빠졌는데, 이는 전임 법무장관 테레사 청이 여전히 제재 대상으로 남아있는 것과 대비된다. 전 경무처장 스티븐 로, 전 보안국 부국장 둥징웨이 등도 이번 조치로 완전히 제재에서 풀려났다.

(출처: Hong Kong-related Designations Updates and Removals)

이번 조치로 확인되는 것은 행정명령 차원의 국가비상사태가 종료됐다는 사실과, 홍콩자치법에 근거한 제재는 별도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홍콩·중국 정부가 이를 관계 개선의 신호로 해석해 환영 성명을 낸 것과,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날 중국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한 것은 각각 별개로 발표된 사안으로, 두 사안 사이의 인과관계나 미국 정부 차원의 연계 의도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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