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홍콩대학교와 중국 칭화대학교 공동연구팀이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와 그 변이들을 한꺼번에 막을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 ‘MB-32’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6월 6일 게재됐다.

동물 실험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거둔 연구팀의 이번 발표는 동시에 오래된 질문 하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우리는 왜 이미 손에 쥐고 있던 가능성을 이렇게 오래 외면해왔을까.

코로나바이러스, 사실 인류의 오랜 이웃

코로나바이러스는 2019년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인류와 수천 년을 함께해온 바이러스 집단이다. 흔한 감기의 상당수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에서 비롯되며, 바이러스는 인류와 공존하며 끊임없이 변이해왔다. 2003년 사스, 2012년 메르스, 그리고 2019년 코로나19는 그 과정에서 튀어나온 사건들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변이,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의 출현은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정 변이 하나만 겨냥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자물쇠 구멍을 바꾸다

MB-32의 전략은 단순하고 영리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세포에 침입하려면 반드시 세포 표면의 단백질 ‘ACE2’에 달라붙어야 한다. 바이러스(열쇠)와 ACE2(자물쇠)가 맞아야만 문이 열리는 구조다. MB-32는 이 자물쇠 구멍의 모양을 살짝 바꿔놓는다. 바이러스 열쇠가 더 이상 맞지 않게 되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어떻게 변이하든 인간의 ACE2는 쉽게 바뀌지 않으니, 이 전략은 이론적으로 변이에 흔들리지 않는다.

연구팀은 2만 개 이상의 화합물을 검토한 끝에 MB-32를 선별했으며, 알파·델타·오미크론 등 SARS-CoV-2 변이주들은 물론 2003년 사스 바이러스, 박쥐와 천산갑 유래 코로나바이러스에도 폭넓은 효과를 확인했다. 동물 실험에서 MB-32를 투여한 마우스는 SARS-CoV-2 감염에도 100% 생존한 반면,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은 전원 사망했다. 감염 동물에서 다른 동물로의 전파도 차단됐다.

(출처: HKUMed–Tsinghua team develops first-in-class broad-spectrum small-molecule antiviral to combat SARS-CoV-2 and related coronaviruses)

사실, 이 길을 먼저 본 것은 대마초였다

그런데 ACE2를 겨냥하는 이 아이디어,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2021년, 이미 이 가능성을 보여준 물질이 있었다. 바로 대마초 성분, 칸나비노이드다.

2021년 한국 연구팀(영남대·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KAIST)은 CBD(칸나비디올)와 THC가 바이러스의 복제 효소를 억제할 뿐 아니라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 결합 부위에 직접 달라붙어 ACE2와의 결합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을 시뮬레이션과 체외 실험으로 확인했다. 체외 실험에서 CBD의 바이러스 억제 농도(IC₅₀)는 7.91 마이크로몰로, 당시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이던 렘데시비르·클로로퀸·로피나비르와 비슷하거나 더 강한 수준이었다.

달리 말하면, 팬데믹이 한창일 때 인류는 이미 수천 년간 써온 식물에서 유효한 항바이러스 신호를 발견하고 있었다.

(출처: [한국과학기술원] 대마초의 CBD와 THC가 SARS-CoV-2 바이러스를 무력화한다)

그러나 대마초는 연구실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문제는 과학이 아니었다. 대마초는 수천 년의 인류 역사 속에서 의약, 섬유, 식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돼 왔다. 인체에 대한 데이터는 어떤 신약보다도 방대하게 축적되어 있다. CBD는 이미 일부 국가에서 뇌전증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은 물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칸나비노이드의 항바이러스 연구는 국제 마약 협약과 각국의 규제 장벽에 막혀 임상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연구비 확보도, 임상시험 허가도 쉽지 않았다. 수천 년간 인류가 사용해온 물질이, 서류와 법률 앞에서 발이 묶인 셈이다.

반면 MB-32는 이제 막 동물 실험을 마친 단계다. 임상시험을 거쳐 실제 약으로 승인받기까지는 통상 10년 안팎의 시간과 수천억 원의 비용이 든다.

MB-32의 가능성, 그리고 남은 물음

MB-32가 의미 있는 성과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ACE2의 효소 기능, 즉 혈압 조절 등 본래의 생리적 역할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은 안전성 측면에서 중요한 대목이다.

다만 신중하게 봐야 할 부분도 있다. ACE2는 우리 몸에서 바이러스 출입문 이상의 역할을 한다. 폐, 심장, 신장 등 주요 장기에 두루 분포하며, 아직 우리가 다 파악하지 못한 기능이 있을 수 있다. 바이러스 스파이크 외에 우리 몸 안의 어떤 물질이 ACE2에 결합하는지, 그 결합이 MB-32로 인해 방해받지는 않는지도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ACE2의 원래 상태를 인위적으로 바꿔놓는 것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단기 동물 실험만으로는 아직 알 수 없다.

연구팀도 이 점을 인식하며 추가 구조 분석과 장기 안전성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이번 MB-32 발표는 단순히 신약 하나의 등장이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인류와 오래 공존하며 변이를 거듭하는 바이러스에 맞서려면, 특정 변이만 겨냥하는 방식보다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그리고 그 근본적인 접근의 실마리가, 어쩌면 수천 년 전부터 인류 곁에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이번 발표는 조용히 상기시킨다. 제도와 서류가 과학보다 느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속도 차이가 때로는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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