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홍콩 법원이 월스트리트저널(WSJ) 발행사인 Dow Jones Publishing Co. (Asia), Inc.에 대해 홍콩기자협회장 선거 및 노조 활동과 관련해 직원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해당 직원을 해고했다는 두 번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홍콩 동부재판법원은 10일 정가여(鄭嘉如, Selina Cheng)가 전 고용주인 Dow Jones Publishing Co. (Asia), Inc.를 상대로 제기한 개인 형사 고발(민사) 사건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을 맡은 장지위(張志偉, David Cheung) 주임판사는 회사가 정가여의 등록 노동조합 간부직 취임 권리 행사를 고의로 방해하거나 저지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반면 정가여가 노조 활동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고용계약을 종료했다는 혐의에는 합리적 의심이 남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정가여(鄭嘉如, Selina Cheng)

이번 사건은 정가여가 2024년 6월 홍콩기자협회장으로 당선된 직후 WSJ에서 해고된 일을 둘러싸고 제기됐다. 정가여는 당시 중국 자동차·에너지 분야를 취재하던 WSJ 기자였으며, 회사는 해고 사유로 직무 재편 및 구조조정을 들었다.

정가여는 홍콩기자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직속 상사로부터 출마를 포기하고 당시 맡고 있던 협회 이사직에서도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외부 활동에 대한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며, 정가여는 이를 거부하고 선거에 출마해 회장으로 당선됐다.

정가여는 이후 2024년 7월 WSJ에서 해고됐고, 회사가 자신의 노조 활동을 이유로 권리를 제한하고 고용계약을 종료했다며 Dow Jones Publishing Co. (Asia), Inc.를 상대로 개인 형사 고발을 제기했다.

법원 “노조 간부직 출마에 회사 승인 요구”

법원은 특히 회사가 정가여에게 홍콩기자협회장 선거 출마를 위해 회사의 승인을 받도록 요구한 점을 문제로 판단했다.

장지위 주임판사는 회사가 요구한 승인은 실제로 거부될 것이었으며, 정가여가 홍콩기자협회장직을 맡으면 WSJ에 계속 근무할 수 없다는 입장을 회사가 전달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가여가 홍콩 법률에 따라 등록 노동조합의 간부가 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방해했다고 봤다.

법원은 정가여의 설명을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가여를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증인으로 평가했으며, 그가 정의를 실현하려는 의도에서 사건을 제기했다고 판단했다.

해고 자체는 노조 활동 때문이라고 판단하지 않아

다만 법원은 정가여의 해고가 노조 활동 때문이었다는 두 번째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WSJ 모회사 측은 재판 과정에서 정가여의 해고가 노조 활동과 관계없이 홍콩에서 아시아 본부를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인력 감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와 관련해 피고 측이 제기한 합리적 의심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면서 노조 활동을 이유로 정가여를 해고했다는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Dow Jones는 두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주장해 왔으며, 이번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과 함께 향후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에서 유죄로 인정된 혐의와 무죄로 판단된 혐의 모두 각각 최대 10만 홍콩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유죄 부분에 대한 형량은 추후 선고될 예정이다.

정가여는 판결 후 기자들에게 “기자들의 고용권이 충분히 보호되지 않거나 권리가 침해됐음에도 법에 따라 집행되지 않는다면 기자로서 더 이상 안전하게 일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번 사건은 정가여가 2024년 WSJ에서 해고된 뒤 제기한 개인 형사 고발에서 약 2년 만에 나온 첫 법원 판단이다. 정가여 측은 노조 활동을 둘러싼 권리 침해를 주장했고, 회사 측은 해고가 구조조정에 따른 것이라고 맞서면서 양측의 주장이 법정에서 맞붙어 왔다.

(참고: Wall Street Journal publisher convicted in Hong Kong of deterring reporter from union r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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