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미 백악관이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중국 공산당의 2억 2천만 명 유권자 정보 침탈 기밀을 전격 해제하며 전 세계 선거 정의 진영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한국 내 6·3 지방선거 파행 의혹을 규명하려는 시민들은 이를 외세 배격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며 이른바 ‘큰 게 온다’는 희망 회로를 가동 중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과거 행적과 냉혹한 국제정치적 역학 관계를 뜯어보면, 이번 발표가 전면적인 부정선거 척결이 아닌 트럼프의 내부 정치용 ‘반중 레토릭’이자 국익 협상용 카드에 불과할 수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18년의 데자뷔… 정보 알고도 취임 후 540일간 ‘체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선거 개입을 무기로 들고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는 첫 임기 당시인 2018년 중간선거를 불과 7주 앞둔 시점에도 “중국이 미국 선거에 개입해 부정선거를 준비 중”이라며 CIA 첩보를 근거로 대대적인 여론전을 편 바 있다.
당시 미 안보 당국은 중국의 선거 개입 자료를 2017년부터 확보하고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승리 후 재집권하여 540일이 지난 현재까지 관련 ‘딥스테이트(Deep State)’ 인물이나 중국계 공작원을 단 한 명도 사법 처리하거나 체포하지 않았다.
이번 백악관의 기밀 방출 역시 핵심 증거를 한 번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소아성애자 제프리 엡스틴 파일 공개 때처럼 ‘일부만 단계적으로’ 감질나게 흘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안보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정행위 증거를 한꺼번에 터뜨리지 않는 이유는 현재 진행 중인 이란과의 전쟁에서 중국의 협조(무기 판매 중단 등)를 얻어내기 위한 ‘외교적 협상 카드’로 쥐고 흔들기 위함”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대학 시스템의 고사를 막기 위해 중국인 유학생이 필요하다”며 중국 엘리트 계층을 두둔하는 모순적 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백신의 아버지’ 트럼프… 겉으론 딥스테이트 타도, 뒤로는 거대 제약사(Big Pharma) 밀월
트럼프 대통령이 외치는 ‘딥스테이트 타도’ 슬로건의 진정성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미 상원 인사의 청문회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센터장 후보로 추천한 에리카 슈츠가 전형적인 ‘MRNA 백신 신봉자’라는 사실이 폭로됐다. 과학적 검증이 필요한 백신을 ‘믿음의 영역’으로 취급하는 인물을 안보 및 보건 수장으로 앉힌 것이다.
공개된 자금 추적 링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거대 제약사들로부터 대략 145만 달러의 선거 자금을 수령했으며, 2024년 대선 승리 이후 화이자를 비롯한 제약 카르텔로부터 650만 달러(한화 약 90억 원)의 추가 ‘축하금’을 선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제약사의 영업사원과 다름없는 민주당 타미 볼드윈 상원 의원 등 기득권 정치인들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트럼프 자신이 판데믹 정국을 주도한 기득권 카르텔의 일원이며, 그가 외치는 구호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퍼포먼스’에 가깝다는 냉소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트럼프만 믿어라?”… 韓 6·3 정국 자발적 ‘혁명의 불씨’ 꺼뜨리는 희망 회로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워싱턴발 레토릭이 한국의 자발적 부정선거 규명 운동에 독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초유의 투표지 부족 사태가 발발했을 때, 한국의 젊은 대학생들은 분노하며 자발적인 시국 선언을 이어나갔다. 이는 1960년 3·15 부정선거에 항거해 4·19 혁명을 촉발했던 청년 학생들의 흐름과 매우 유사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국내 보수 성향 유튜버들과 정치 선동가들이 집회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트럼프가 큰 거 한 방으로 해결해 줄 테니 기다려라”는 식의 ‘트럼프 구세주론’을 유포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번지던 학생들의 자발적 시국 선언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고, 대중은 광장에 모여 행동하는 대신 워싱턴의 입만 바라보는 처지가 됐다.
트럼프가 한국의 선거 문제를 해결해 줄 치명적인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외세의 입에 민주주의의 운명을 맡긴 채 ‘낚이는’ 삶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6·3 파행의 실체를 우리 손으로 직접 규명할 것인가. 선택은 오롯이 한국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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