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미확인비행현상(UAP)과 외계 생명체를 둘러싼 증언을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새로운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가 화제를 모으면서, 외계 생명체와 신(神), 의식(意識)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데일리홍콩은 이를 계기로 홍콩에서 활동하는 한 한국인 불교인과 만나, 불교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외계인이 존재한다”거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보다, 어떤 현상이든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려는 태도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교는 결론보다 열린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는 불교에서 말하는 괴로움의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가 무명(無明)이라고 설명했다.

“무명은 단순히 ‘모른다’는 뜻이 아닙니다. 배우기를 거부하거나,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도 무명입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처음부터 닫아버리면 진실을 만날 기회도 잃게 됩니다.”

이어 그는 “불교 수행은 무엇을 맹목적으로 믿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관찰하고 경험하며 확인해 가는 과정”이라며 “외계 생명체와 같은 주제 역시 믿거나 부정하기보다 열린 자세로 탐구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lien’은 꼭 우주인을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다양한 언어를 공부했던 그는 ‘외계인’이라는 번역어도 흥미로운 사례라고 소개했다.

“‘Alien’이라는 영어는 오늘날 우주 생명체를 떠올리게 하지만, 원래는 낯선 사람,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오랫동안 외국인을 가리키는 법률 용어로 사용됐습니다.”

그는 “한국어 ‘외계인’이라는 표현은 자연스럽게 우주 생명체를 연상시키지만, 언어의 의미를 조금 넓혀 보면 ‘나와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로 이해할 수도 있다”며 “언어 하나만 보더라도 문화마다 사고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님’이라는 말도 언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는 한국어에서 사용되는 ‘하나님’이라는 표현도 언어와 문화의 관계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라고 설명했다.

“‘하나님’은 ‘하나’와 존칭인 ‘님’이 결합된 우리말입니다. 물론 기독교에서는 고유한 신학적 의미를 가진 명칭입니다. 다만 언어만 놓고 보면 영어의 ‘The One’이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특정 종교의 교리를 해석하려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접근법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됨’은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인터뷰에서 그는 여러 종교와 수행 전통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하나됨(Oneness)’이라는 개념을 언급했다.

“깨달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보면 자신과 타인을 완전히 분리된 존재로만 보지 않게 됐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근본에서는 연결돼 있다는 체험입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은 특정 종교만의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영적 전통에서 반복적으로 이야기돼 왔다”며 “불교에서는 이러한 이해가 자비심으로 이어진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낯선 존재일 수 있습니다”

그는 외계인을 꼭 먼 우주의 생명체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경험도 다릅니다. 각자가 자신만의 세계를 살아갑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낯선 존재, 즉 ‘alien’일 수도 있습니다.”

이어 “하지만 그 다름을 두려워하기보다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상대방을 향한 연민과 자비도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하나됨’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문입니다”

그는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 역시 외계인의 존재를 믿으라고 권하는 작품으로 보기보다, 인간이 무엇을 믿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계인이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미지의 현상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불교는 정답을 서둘러 내리기보다 스스로 관찰하고 배우며 무지를 줄여가는 길을 가르칩니다. 열린 마음으로 질문을 이어가는 것, 그것이 수행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결국 수행은 우주 밖을 탐험하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는 일”이라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처럼 보이던 사람들과도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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