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임신 중 파라세타몰(Paracetamol·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녀의 자폐스펙트럼장애(ASD)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위험을 높인다는 우려가 수년간 이어져 온 가운데, 홍콩대학교 의과대학(HKUMed) 연구진이 대규모 분석을 통해 두 질환과의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홍콩대학교 의과대학은 지난 2일, 국제 의학학술지 JAMA Internal Medicine에 게재된 연구에서 홍콩의 산모와 자녀 70만8,020쌍의 전자의무기록을 분석한 결과, 임신 중 파라세타몰 복용이 자녀의 ASD 또는 ADHD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파라세타몰은 임신 중 통증과 발열 치료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물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일부 해외 연구에서 자폐증과 ADHD 위험이 소폭 증가할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논란이 이어졌고, 미국에서도 관련 논의가 정치권까지 번지며 사회적 관심을 받아왔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의 한계로 지적돼 온 유전적 요인과 가정환경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형제 비교(sibling-matched) 연구 설계를 적용했다.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 가운데 임신 중 파라세타몰에 노출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직접 비교함으로써 가족력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일반적인 통계 분석에서는 이전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위험이 소폭 증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형제 비교 분석을 적용한 뒤에는 ASD와 ADHD 모두에서 유의미한 연관성이 사라졌다. 이러한 결과는 복용량, 임신 초기·중기·후기 등 복용 시기, 그리고 일시적 또는 지속적 복용 여부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홍콩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 및 일차진료학과의 에릭 완(Eric Wan Yuk-fai) 교수와 피터 타누세푸트로(Peter Tanuseputro) 교수는 “이전 연구들은 파라세타몰을 복용한 산모와 복용하지 않은 산모의 건강 상태나 생활습관 등 근본적인 차이를 충분히 보정하지 못했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교란 요인을 크게 줄여 보다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제1저자인 뤄산(April Luo Shan) 연구조교수는 자신 역시 임신 중 대상포진을 앓았지만 언론 보도를 보고 파라세타몰 복용을 주저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연구자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많은 임산부가 느끼는 불안을 잘 이해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당시의 나와 같은 임산부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동 연구자인 이언 웡(Ian Wong Chi-kei) 교수는 “태아 시기의 약물 노출이 아이의 장기적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려면 매우 방대한 의료 데이터와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홍콩의 의료 데이터 인프라 덕분에 중요한 약물 안전성 문제를 높은 정확도로 검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홍콩에서 처음으로 형제 비교 연구 설계를 이용해 임신 중 파라세타몰의 안전성을 검증한 사례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세계보건기구(WHO)와 홍콩 보건당국이 유지해 온 기존 권고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공하며, 임산부와 의료진이 필요한 경우 파라세타몰을 보다 근거에 기반해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연구진은 모든 약물과 마찬가지로 임신 중 파라세타몰 역시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필요한 경우 적정 용량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임의로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고: HKUMed finds no increased risk of autism or ADHD in children from prenatal paracetamol 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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