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대한민국 법원이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표현한 온라인 게시글에 대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표현이 역사적 평가에 부합하거나 정당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면서도, 역사적 사건에 대한 부정적 평가나 이견 자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방법원 형사항소2-3부(재판장 이상균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씨의 항소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역사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한 개인의 평가와 형사처벌 대상인 허위사실 유포를 구분했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와 역사적 논쟁의 허용 범위를 둘러싼 논의에 주목할 만한 사례다.

온라인 게시글에 ‘폭동’ 표현…1심은 벌금형

A씨는 2021년 5월 19일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하는 취지의 글을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게시글에는 시민들이 총을 들었다면 폭동으로 볼 수 있고 군의 진압이 정당했다는 취지의 주장과 함께, 5·18 관련 유공자 인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 담겼다.

1심 재판부는 ‘폭동’이라는 표현에 불법성이 내포돼 있다고 보고, 해당 게시글이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5·18 특별법이 처벌 대상으로 정한 것은 허위사실의 유포이며, 역사적 사건에 대한 부정적 평가나 역사적 의미에 관한 이견을 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폭동’이라는 표현이 여러 해석이 가능한 단어이며, 해당 게시글에서는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기보다 작성자의 주관적인 견해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번 판단이 게시글의 내용이나 역사적 해석을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해당 표현에 대한 시정은 형사처벌보다 역사적 성찰과 공론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홍콩 2019년 시위와 표현의 자유

이번 판결은 2019년 홍콩 시위를 둘러싼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당시 홍콩에서는 시위의 성격과 참가자들의 행동, 외부세력 개입 여부를 놓고 정부와 시위대, 시민사회가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중국 당국은 외부세력의 개입을 비판했고, 시위 지지자들은 홍콩 시민들의 정치적 요구와 자유를 강조했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의미와 책임을 둘러싼 해석이 충돌할 수 있다. 당시 시위에 대한 평가와 개별 행위의 책임, 외부 개입 의혹은 각각 증거에 따라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한국 법원의 이번 판단은 특정한 역사 해석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논쟁적인 표현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였다. 다만 역사적 사건에 대한 비판이나 이견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는 홍콩을 비롯한 여러 사회에서도 중요한 질문이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논의를 차단하기보다, 주장과 증거를 공개적으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동의하는 의견만을 위한 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데일리홍콩은 앞서 2026년 5월 28일 「홍콩 2019·광주 1980 닮은꼴?…외세 개입론과 표현의 자유 논쟁」이라는 제목으로 두 사건을 둘러싼 해석과 표현의 자유 문제를 다룬 바 있다.

이번 판결 역시 5·18에 대한 특정한 역사 해석을 승인한 것으로 확대해석하기보다, 역사적 사건에 관한 의견 표명과 형사처벌 대상인 허위사실 유포 사이의 경계를 다룬 사례로 볼 수 있다.

민주사회에서 논쟁적인 견해에 대한 반박은 증거와 논리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견을 다루는 과정에서 형사처벌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그리고 자유로운 공론의 역할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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