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홍콩 국가보안법 재판 사건에서 홍콩의 대표적인 천안문 추모단체인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홍콩연합) 전 지도부에 실형이 선고된 가운데, 홍콩 정부가 서방 국가와 정치권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표현의 자유에도 국가안보를 위한 법적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 고등법원 원심법원은 지난 9월 11일 국가권력 전복 선동 혐의로 기소된 홍콩연합 전 주석 이탁인(李卓人)에게 징역 7년, 전 부주석 추행동(鄒幸彤)에게 징역 7년 3개월, 전 주석 하준인(何俊仁)에게 징역 5년 2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단체에는 150만 홍콩달러의 벌금이 부과됐다.

홍콩연합은 1989년 중국 천안문 사태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오랫동안 주최해온 단체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문제 삼은 핵심 가운데 하나는 단체가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에도 중국공산당의 일당 통치를 끝내야 한다는 취지의 의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이다. 홍콩 정부는 이를 중국 헌법이 정한 국가의 기본제도를 전복하려는 선동으로 판단했다.

홍콩 보안국장 등병강(鄧炳強)은 11일 판결 후 기자들에게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정치적 이념이나 국가보안법 시행 이전의 행위 때문에 재판을 받은 것이 아니라며,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기소 기간에 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 유죄 판단을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정부는 특히 법원이 이번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판단한 이유로 피고인들의 활동이 14개월 동안 지속됐고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했으며, 상당한 동원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었고, 홍콩 전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들었다.

“표현의 자유에도 법적 한계” 있다

홍콩 정부는 12일 별도 성명을 통해 미국·영국 등 서방 국가와 해외 단체 및 정치인 등이 이번 판결을 비판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는 홍콩에서 인권과 기본적 자유가 헌법과 기본법에 따라 보장되고 있으며, 홍콩 국가보안법 제4조와 국가안전수호조례 역시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과정에서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것처럼 권리와 자유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국제인권규약(ICCPR) 역시 국가안보와 공공안전, 공공질서 또는 타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에 따른 표현의 자유 제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홍콩 정부는 서방 국가들이 자국의 국가안보를 폭넓게 적용하면서도 홍콩의 국가안보 법 집행에 대해서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홍콩 입법회 역시 12일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을 지지하면서 일부 서방 국가와 언론, 단체의 비판을 반박했다. 입법회는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며 인권·민주주의·자유를 이유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번 판결이 평화적인 정치적 표현과 활동까지 국가안보 범죄로 처벌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은 홍콩연합이 과거 천안문 사태 추모집회를 주최해왔으며, 피고인들이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상 전복 선동 혐의로 처벌받았다는 점을 전했다.

‘국가안보’와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인가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문제도 달라지고 있다. 국가가 법률로 표현을 제한하는 것뿐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콘텐츠 정책과 광고 정책, 검색·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어떤 정보가 더 널리 유통되고 어떤 정보가 사실상 독자에게 도달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홍콩 역시 과거 대형 플랫폼의 콘텐츠 정책과 노출 구조, 광고 정책의 변화가 언론 콘텐츠의 유통과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직접 경험해왔다. 이는 언론의 자유가 국가의 법률만으로 결정되는 문제가 아니라, 민간 플랫폼이 행사하는 정보 유통의 영향력과도 맞닿아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졌다.

물론 국가에 의한 법적 표현 제한과 민간 플랫폼의 정책에 따른 콘텐츠 제한은 작동 방식과 법적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이용자와 언론사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든 자신의 표현이 독자에게 전달되는 범위와 방식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다.

홍콩연합 사건에서 홍콩 정부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라고 설명하는 반면, 비판 측은 정치적 표현과 평화적 활동에 대한 처벌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디지털 플랫폼까지 더해지면서, 오늘날 표현의 자유는 단순히 ‘말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넘어 ‘말한 내용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도 확장되고 있다.

(참고: The HKSAR Government strongly opposes external forces’ smears and slanders against court’s sentencing in the “Hong Kong Alliance” 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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