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아시아 최대 규모의 도서 축제이자 홍콩의 대표적인 여름 문화 행사인 ‘HKTDC 홍콩 북페어(Hong Kong Book Fair)’가 일주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오늘(21일) 오후 5시를 기해 막을 내린다.
올해로 36회를 맞이한 이번 북페어는 홍콩 완차이에 위치한 컨벤션 전시 센터(HKCEC)에서 지난 15일부터 열렸다. ‘문화적 유산과 즐거운 여정(Cultural Legacy | Joyful Journeys)’이라는 주제 아래 전 세계 출판사와 작가, 수많은 독자들이 모여 세미나와 ‘세계 예술·문화 존’ 등 다채로운 행사를 즐겼다. 같은 기간 스포츠·레저 엑스포와 스낵 박람회도 동시에 개최되어 시민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하지만 겉보기에 화려하고 풍성한 ‘독서의 축제’ 이면에는 매년 짙어지는 사상적 통제와 차가운 현실이 공존하고 있다.
성역화되는 역사와 줄어드는 ‘다양성’의 공간
실제로 이번 북페어가 개막한 지난 7월 15일, 홍콩 경찰 국안처(국가안전처)는 몽콕 지역의 독립 서점 두 곳을 기습 압수수색하고 서점 관계자 등 5명을 ‘선동 의도가 있는 도서 판매 및 전시’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홍콩 정부와 사법부, 집행기관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불온서적을 해외에서 밀반입해 유통했다는 이유다. 올해 초 통과된 국가안전조례(기본법 23조) 제24조가 적용된 사례로, 이제 홍콩에서는 정부의 기준에 맞지 않는 역사 해석이나 비판적 시각을 담은 책을 파는 것조차 불법이 되었다.
(정부 발표 출처: 5 arrested under security law)
과거 홍콩 북페어는 중국 대륙에서는 금기시되던 정치 비판 서적이나 자유로운 역사 해석이 담긴 도서들이 자유롭게 거래되던 ‘사상과 표현의 해방구’였다. 그러나 강화된 보안법의 영향으로 이제 북페어 전시장에서는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민감한 현대사를 다룬 도서를 찾아보기 어렵다. 주최 측은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할 뿐이다.
한국 사회를 향한 씁쓸한 거울
국내 언론들도 이번 홍콩의 서점 압수수색과 체포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하며 ‘홍콩의 자유 위축’을 지적했다. 타국의 표현의 자유 억압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러나 이 뉴스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마냥 떳떳하지만은 않다. 최근 한국 사회 역시 5·18 민주화운동 등 한국 근현대사의 핵심적인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석을 두고 끊임없는 검열 논란과 사상 검증, 표현의 자유 위축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의견이나 소수의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는 ‘관용의 결핍’과 특정 영역을 ‘신성불가침(성역)’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비단 홍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타국의 표현의 자유 제한을 지적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자유가 서서히 좁혀지고 있는 현실은 무시하고 있는 아이러니 속에서, 2026년 홍콩 북페어는 ‘문화의 즐거움’이라는 구호 뒤에 씁쓸한 여운을 남긴 채 마무리되고 있다. 본 행사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운영되며, 마감 45분 전인 오후 4시 15분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홍콩 북 페어 공식 웹사이트: https://www.hktdc.com/event/hkbookfair/)
데일리홍콩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