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글로벌 금융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안전자산’인 금(金)이 홍콩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이에 맞춰 홍콩 정부와 거래소가 금 거래 인프라 확충과 파생상품 시장 재정비에 나서며, 홍콩을 아시아 핵심 금 거래 허브로 육성하려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홍콩금은거래소(HKGX)에 따르면, 4월 초 이후 중동과 러시아 지역 금 보유자들이 두바이 대신 홍콩으로 거래 거점을 옮기면서 금 수입과 거래가 급증했다. 일부 거래업자들은 현물 금을 시세 대비 15~20% 할인된 가격에 매도하며 빠른 현금화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로 두바이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격히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시장 관계자는 “미사일 공격 등으로 불안정성이 커지자 금 보유자들이 보다 안전한 거래 환경을 찾아 홍콩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이 대체 허브로 부상한 배경에는 풍부한 수요와 중국 본토와의 연결성이 있다. 특히 위안화 거래 중심지라는 점은 국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홍콩은 역외 위안화 결제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약 1조 위안 규모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흐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홍콩 금융당국은 금 거래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정제시설 유치, 창고 인프라 확충, 세제 지원 등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국제 기준을 충족하는 금 정제업체들이 홍콩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저장 용량은 3년 내 2,000톤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홍콩거래소(Hong Kong Exchanges and Clearing, HKEX)는 수개월 내 금 선물 상품을 재출시할 계획이다. 당국은 계약 구조 개선과 결제 시스템 정비를 통해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중앙 청산 시스템 구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연내 시험 운영이 예정돼 있다. 이를 통해 거래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기관 투자자 참여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홍콩 정부는 금 시장을 기반으로 다른 원자재 시장까지 확장해 종합 상품 거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현재 홍콩 내 런던금속거래소(LME) 승인 창고 15곳은 모두 운영 중이며, 약 2만4,000톤의 비철금속이 저장돼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 긴장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금 거래 중심축이 두바이에서 홍콩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홍콩은 이미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금 거래 확대는 자산관리 시장 성장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 가격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온스당 5,600달러를 돌파한 이후 조정을 거쳤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64% 상승에 이어 올해도 추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통화 시스템 재편 속에서 ‘금’의 전략적 가치가 재부각되는 가운데, 홍콩이 글로벌 자금의 새로운 안전지대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참고: Gold rush: Hong Kong bullion imports from Dubai jump amid US-Iran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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