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황지봉·黃之鋒·Joshua Wong Chi-fung)이 국가보안법(NSL)상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안전을 위협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조슈아 웡이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홍콩 고등법원 원심법원(Court of First Instance)은 지난 5일 조슈아 웡에게 국가보안법 제29조에 따른 ‘외국 또는 역외 세력과 결탁해 국가안전을 위협하기 위한 공모(conspiracy to commit collusion with foreign countries or external elements)’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조슈아 웡은 지난 9월 해당 혐의에 대해 이미 유죄를 인정한 바 있다.
(참고: 조슈아 웡, 외국 세력과 공모한 혐의 유죄 인정…홍콩 국가보안법)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국가보안법상 “정황이 중대한 범죄(offence of a grave nature)”로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슈아 웡과 해외에 체류 중인 네이선 로(羅冠聰·Nathan Law)는 2020년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에도 미국 등 외국 정부를 상대로 중국 및 홍콩에 대한 제재와 적대적 조치를 촉구하는 활동을 지속한 것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두 사람을 사건의 “주동자(masterminds)”로 규정했다.
담요호(William Tam Yiu-ho) 판사는 양형 기준점을 징역 13년으로 설정한 뒤 유죄 인정 등을 감안해 3년을 감형해 최종 형량을 10년으로 확정했다. 국가보안법상 중대 범죄로 분류될 경우 법정 최소 형량은 10년이다.
이번 선고로 조슈아 웡의 수감 기간은 크게 늘어나게 됐다. 그는 이미 범민주 진영 비공식 예비선거 사건, 이른바 ’47인 사건(Hong Kong 47)’에서 국가보안법상 국가전복 공모 혐의로 징역 4년 8개월을 복역 중이었다. 기존 형기는 2027년 초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판결로 향후 수감 기간이 대폭 연장될 전망이다. 다만 법원은 새 형기 중 일부를 기존 형기와 동시에 집행하도록 했다.
홍콩 정부는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존 리(李家超) 홍콩 행정장관은 성명을 통해 조슈아 웡과 네이선 로 등을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훼손한 주요 인물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며, 이들의 행위가 국가 주권과 안보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판결이 외부 세력과의 결탁을 통한 국가안전 위협 행위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고 강조했다. 홍콩 정부는 범죄와 관련된 조슈아 웡의 자산에 대해서도 법에 따라 몰수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등병강(鄧炳強·Tang Ping-keung) 보안장관도 기자회견을 열어 외국 정부와 단체들이 사건을 비판하는 것을 “악의적인 공격과 비방”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조슈아 웡이 유죄를 인정했으며 공개적이고 공정한 사법 절차를 거쳐 선고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홍콩 법무부와 항소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측은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대변인은 이번 판결과 관련한 언론 질의에 대해 베이징과 홍콩 당국이 기본적 자유를 옹호하는 인사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홍콩 정부는 별도 성명을 통해 해당 발언이 근거 없는 정치적 공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제 인권단체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HRW) 등은 국가보안법이 정치적 반대 의견을 처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조슈아 웡에 대한 형량을 비판했다. 반면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당국은 국가안전 수호와 사회 안정 회복을 위한 정당한 법 집행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슈아 웡은 2012년 국민교육 반대 학생운동을 통해 이름을 알렸으며, 2014년 우산혁명의 대표적 학생 지도자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이후 민주파 정치단체 데모시스토(Demosisto)를 공동 설립했으며, 2019년 반정부 시위 국면에서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참고: Hong Kong: Joshua Wong Gets Nearly 10 More Years in Prison)
이번 판결은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 사법 체계가 외국 제재 요청 행위를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동시에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홍콩 정부와 서방 국가 간의 인식 차이 역시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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