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선거 무결성(Electoral Integrity)’의 붕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치러진 브라질 대선의 전자투표 불복 정국과 대한민국 내 6·3 지방선거 부정 사태의 유야무야된 현실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에서는 대법원의 무리한 투표시간 연장 조치와 전자투표기 시스템을 둘러싼 불신이 폭발하며 무효 소송 등 거대한 불복 정국으로 치닫고 있다. 반면, 전국 46곳의 ‘유령 투표소’와 전산 수치 가감 정황으로 충격을 주었던 대한민국에서는 ‘이태한 특별검사팀’ 출범에도 불구하고 사안이 거대한 정적 속에 묻혀가며 시민사회가 예견했던 ‘특검 무용론’이 현실화되고 있다.
브라질 대선, 투표시간 연장·전자투표 불신 속 불복 정국 심화
최근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 직후, 연방대법원(STF)이 기상 악화와 대중교통 지연 등을 이유로 일부 지역의 투표 마감 시간을 2시간 긴급 연장하는 결정을 내리며 거대한 선거 정통성 시비가 촉발됐다. 패배한 보우소나루 후보 진영과 선거법 전문가들은 특정 후보 지지세가 강한 지역의 투표 시간을 자의적으로 연장한 행위가 선거 결과를 좌우했다며 선거 무효 소송과 불복 절차에 착수했다.
여기에 국민 30% 이상이 전자투표기 시스템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 등 전산 집계 과정에 대한 불신까지 겹치면서 브라질 사회 전체가 극심한 정치적 혼란에 빠져들었다. 선거 절차의 자의적 변경과 검증 불가능한 전산 시스템이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민주적 정통성 자체가 파산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국 6·3 지방선거 파문, 특검 출범에도 ‘유야무야’… 서버 수사 차단
남미의 선거 이상 현상이 국제적인 법적·정치적 검증의 매스대를 대고 있는 반면,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선관위 전산 조작 및 득표수 이상 파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유야무야 희석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자 수 오류 발생 시 다음 시각 보고에 가감하여 보고하라”는 선관위의 내부 지침과, 실제 투표지 수보다 득표수가 더 많은 전국 46개 ‘유령 투표소’의 실태가 드러난 바 있다. 최근 KCPAC 대국민발표회를 통해 2020년 4·15 총선 사전투표 득표율과 5년 전 작성된 전략문서 수치 간의 정밀한 일치 현상까지 포렌식으로 입증되며 사태는 국가적 민주주의 위기로 비화했다.
그러나 파장을 수습하기 위해 출범한 ‘이태한 특별검사팀’은 당초 많은 전문가와 시민들이 예견했던 대로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선거 무결성의 핵심인 중앙선관위 전산 서버에 대한 직접적인 강제 수사와 무결성 검증은 차단된 채, 외곽의 소소한 행정 비위나 절차적 실수에만 수사력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특검이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 아닌, 거센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면죄부를 주기 위한 ‘방패막이’에 불과했다는 ‘특검 무용론’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기성 언론의 자율적 침묵과 침몰하는 국민 주권
국내 주요 기성 언론(Mainstream Media)의 이중적인 보도 태도 역시 사태를 덮는 데 일조하고 있다. 브라질이나 미국 등 해외의 선거 불복 파문에 대해서는 외신을 인용해 분석 기사를 연일 쏟아내면서도, 정작 자국 내에서 증거로 입증된 46개 유령 투표소나 전산 데이터 가감 정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거나 ‘행정적 착오’로 축소·중계하는 데 급급하다. 광고주와 권력과의 사적 이해관계(Conflict of Interest) 속에서 데스크 선을 통과하지 못하는 탐사 보도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선거 절차의 신뢰성을 포기한 국가에 남는 것은 민주주의의 해체와 국민적 환멸뿐이다. 브라질의 대선 파국이 던지는 경고처럼, 검증을 차단하고 특검 뒤에 숨어 국가의 근간을 흔든 사안을 덮으려 할수록 헌정 질서의 파탄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국내 기성 매체들이 저버린 진실 규명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해외 언론계와 국제 사회의 지속적인 감시와 추적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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