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영국 정부가 홍콩 관련 제59차 반기보고서를 발표하며 중국이 홍콩반환협정(Sino-British Joint Declaration)을 계속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콩 특별행정구(HKSAR) 정부와 홍콩 입법회(LegCo)는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영국이 사실을 왜곡하며 홍콩 문제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2026년 상반기 홍콩 상황을 점검한 영국 정부의 공식 문서로, 영국은 국가안보법(NSL)과 국가안전수호조례(SNSO)의 확대 적용이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언론 자유 등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정부는 특히 홍콩 내 국가안보 관련 법률이 언론과 시민사회, 교육, 사법제도 전반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보고서 결론에서 중국이 여전히 홍콩반환협정을 준수하지 않는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영국 국적자인 언론인 지미 라이(Jimmy Lai)가 국가안보법 위반 혐의로 20년형을 선고받은 사례 등을 주요 우려 사항으로 언급했다.
(참고: Six-monthly report on Hong Kong: January to June 2026)
무엇이 문제인가? 핵심은 ‘약속’
이번 논란을 이해하려면 먼저 홍콩반환협정을 알아야 한다.
홍콩반환협정은 1984년 영국과 중국이 체결한 국제적 합의로,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50년 동안 홍콩이 높은 수준의 자치와 기존 생활방식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은 이 약속이 2047년까지 유효하다고 해석한다.
영국은 국가안보법 도입과 선거제 개편, 국가안보 관련 수사 권한 확대 등이 이러한 약속과 배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보고서도 국가안보법의 적용 범위 확대, 언론 환경 변화, 국가안보 관련 사건들을 주요 사례로 제시했다.
반면 중국과 홍콩 정부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홍콩 정부는 성명에서 홍콩반환협정의 핵심은 “중국의 주권 회복”이며, 반환 이후 영국은 홍콩에 대한 주권이나 감독권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영국이 정기 보고서를 통해 홍콩 상황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내정 간섭이라는 입장이다.
홍콩 정부는 국가안보법과 국가안전수호조례가 소수의 국가안보 위협 행위만을 겨냥하고 있으며, 일반 시민의 자유와 권리는 계속 보장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홍콩 정부는 영국 역시 다수의 국가안보 법률을 운용하고 있다며, 홍콩의 국가안보 법 집행만 비판하는 것은 “이중잣대”라고 주장했다.
(참고: HKSAR Government strongly condemns and firmly rejects the UK six-monthly report on Hong Kong)
홍콩 입법회도 별도의 성명을 통해 영국 보고서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홍콩의 사법 독립과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정치적 문서라고 비판했다.
(참고: HKSAR LegCo strongly condemns and resolutely opposes UK’s six-monthly report on Hong Kong)
서로 다른 해석
결국 양측의 충돌은 국가안보법 자체보다도 홍콩반환협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있다.
영국은 협정이 지금도 유효하며 중국이 홍콩 시민에게 약속한 자유와 자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홍콩의 제도 변화가 협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반면 중국과 홍콩 정부는 반환이 완료된 1997년 이후 영국의 의무와 권한도 모두 종료됐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영국이 홍콩 내부 정책에 의견을 내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논쟁은 단순한 외교 갈등을 넘어 홍콩의 미래 모습을 둘러싼 문제와도 연결된다.
영국은 홍콩이 국제금융허브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 언론 자유, 사법 독립, 개방성 등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홍콩 정부는 국가안보법 시행 이후 사회 안정이 회복됐고 경제와 금융시장의 발전도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영국 보고서와 홍콩 정부 성명 모두 홍콩이 국제금융 중심지로서 중요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는 공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다만 그 성공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두고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홍콩반환협정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양측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1984년 영국과 중국이 홍콩의 미래를 두고 맺었던 약속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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