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유럽의회가 중국과의 정치적 관계 전반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채택하면서 중국과 유럽연합(EU)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권고안에는 홍콩의 인권 및 국가보안법 관련 비판이 포함됐으며, 이에 홍콩 정부는 “편향적이고 사실과 다른 비방”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유럽의회는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과의 정치 관계에 관한 권고안을 찬성 454표, 반대 86표, 기권 110표로 채택했다. 이번 권고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유럽의회의 공식적인 대중국 정책 기조를 담고 있으며, 유럽연합 이사회와 집행위원회, 외교안보 고위대표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권고안은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 조력자(decisive enabler)”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의회는 중국이 러시아에 이중용도 물자를 공급하고 제재 회피를 돕고 있다고 주장하며,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미국과 주요 7개국(G7) 등과 공조해 중국에 대한 구체적 요구와 제재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이른바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희토류,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전기차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중국 의존이 유럽의 취약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회는 중국의 산업 과잉생산과 국가 보조금 정책, 유럽 기업에 대한 시장 접근 제한 등을 주요 우려 사항으로 제시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EU의 ‘하나의 중국 정책(One China policy)’을 재확인하면서도 무력이나 강압을 통한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역내 민주주의 국가들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대만해협 주변의 안정 유지에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권 분야에서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티베트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아울러 홍콩 문제를 언급하며 수감 중인 언론인 지미 라이(Jimmy Lai)를 비롯한 정치범의 석방을 촉구하고, 국가보안법 집행과 표현의 자유 제한 문제에 대한 우려를 재차 표명했다.

(참고: Recommendations on EU–China political relations)

이에 대해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는 10일 성명을 내고 유럽의회 권고안의 홍콩 관련 부분이 “편향적이고 사실과 다른 비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콩 정부는 유럽의회가 사실을 왜곡하고 공포를 조장하는 서사를 중단해야 하며, 홍콩 문제는 중국의 순수한 내정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정부는 또한 홍콩이 중국의 불가분의 일부이며, ‘일국양제’ 원칙 아래 고도의 자치를 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보안법(HKNSL)과 국가안전수호조례(SNSO)는 국가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법률 체계이며, 이를 통해 사회 안정과 경제 발전 기반이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경제 활동과 사회생활이 정상화됐고, 홍콩이 세계적 금융허브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국제 경쟁력과 자산관리 분야 성과 등을 거론하며 홍콩의 법치와 인권 상황을 둘러싼 서방의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출처: Govt rejects biased report)

이번 논란은 최근 수년간 악화해 온 EU와 중국 간 관계가 인권, 안보, 무역, 대만 문제 등 복합적인 현안을 둘러싸고 더욱 민감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유럽의회는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유럽의 가치와 안보, 경제적 이익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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