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홍콩의 2025년 전체 자살률이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15세 미만 연령대에서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대학교 홍콩자키클럽 자살연구예방센터(CSRP)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인 지난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홍콩의 2025년 추정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3.0명으로, 2024년 13.8명보다 낮아졌다. 연령구조를 보정한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9.8명으로, 세계 평균 8.9명보다 다소 높았다.
15세 미만 연령대에서는 반대로 자살률이 높아졌다. 특히 남자 청소년의 자살률이 2024년 0.3명에서 2025년 4.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CSRP는 15세 미만 자살 사례의 상당수가 가정에서의 추락과 관련됐으며, 학업 스트레스나 또래 관계가 주요 관련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자살 위험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는 특정 가정환경에만 사례가 집중된 것은 아니었으며,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CSRP는 학교와 학부모가 과도한 학업 압박을 주지 않는 한편, 학생들의 정신상태와 행동 변화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살 관련 보도 이후 SNS 논의도 주의해야
CSRP와 홍콩기자협의회(Hong Kong Press Council)가 함께 발표한 별도 연구에서는 2023년 12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온라인 뉴스 1,200건을 분석해 자살 관련 정보가 전통 미디어와 SNS를 통해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살폈다.
연구에서는 일부 자살 관련 보도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충분히 따르지 못한 사례가 확인됐다. 경고 신호나 위험 요인에 대한 정보가 빠지거나, 사건 장소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다루거나, 예방 및 도움 요청에 관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경우 등이었다.
또 자살 사건이 보도된 뒤 이틀 동안 SNS에서 부정적인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나타났으며, 전통 미디어의 관련 보도가 온라인상의 논의를 촉발하는 양상이 확인됐다. 특히 35세 미만 청년층의 자살과 관련된 SNS상의 논의가 실제 자살 건수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것이 CSRP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CSRP와 홍콩기자협의회는 2026년 개정된 ‘자살 보도 및 온라인 정보 확산에 관한 권고사항’을 공개했다. 권고사항은 언론뿐 아니라 SNS 이용자와 플랫폼 운영자까지 대상으로 하며, 개인정보 보호와 취약계층 보호, 자살예방 및 정신건강에 관한 정확한 정보 제공 등을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자살 보도에서 선정적 표현과 구체적인 방법·장소의 공개를 피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며, 위기를 극복하고 회복한 사례와 희망을 전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관련 자살 정보가 SNS를 통해 확산되는 과정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CSRP와 홍콩기자협의회는 일반 이용자들도 SNS에서 자살 관련 정보를 접했을 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근거 없는 추측이나 판단을 덧붙이지 않으며, 불필요한 좋아요·댓글·공유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아논》 “살아 있는 지금이 깨달음의 기회”
한편 이 같은 자살예방 논의와 함께 홍콩 불자 《아논》은 자살을 고통의 해결책으로 보지 않는 불교적 관점을 전하고 있다.
《아논》은 인간으로 살아 있는 시간을 불교적 수행과 깨달음을 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본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지금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 있을 때 업의 흐름을 끊고 부처가 되는 길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떠한가”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과학적 주장이 아니라 불교의 윤회와 업에 관한 종교적 관점이다. 불교에서는 죽음을 단순한 고통의 ‘종료’로만 단정하기보다 삶과 죽음을 인연과 업의 흐름 속에서 바라보며, 지금 주어진 삶에서 괴로움의 원인을 살피고 수행하는 것을 중요하게 본다.
따라서 《아논》이 전하는 메시지는 고통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고통이 아무리 크게 느껴지더라도 그것을 혼자 감당하지 말고, 살아 있는 동안 다른 선택과 도움을 찾아보자는 데 의미가 있다.
홍콩대학교 CSRP 역시 자살 관련 정보를 접하거나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정신건강 지원과 도움 요청의 통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한 경우 18111 정신건강 지원 핫라인(Mental Health Support Hotline)을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전화뿐 아니라 WhatsApp을 통한 지원도 제공된다.
(참고: 40대 사망원인 1위 ‘자살’…불교계 “또 다른 고통의 시작”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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