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홍명보 감독을 향한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가운데, 뜻밖에도 일본에서 “홍명보를 그만 괴롭혀라”는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사태는 승패를 둘러싼 책임론을 넘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조리돌림’과 ‘멍석말이’ 문화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며 2개 대회 만에 다시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홍 감독은 모든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를 발표했지만,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일부 온라인 공간에서는 사퇴 요구를 넘어 홍 감독의 사진을 조롱하거나, 출입금지 안내문을 붙인 식당과 편의점 사진이 공유됐고, 심지어 살해 협박 글까지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도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능력보다 편 가르기를 우선해 무능한 인물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밝히며, 대표팀 인선과 대한축구협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에 경위와 원인,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국가원수가 스포츠 행정의 책임을 묻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특히 홍 감독의 선임 과정은 2024년 당시에도 절차의 투명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던 만큼 제도적 검증과 개선 요구 역시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공개 비판 이후 이미 달아오른 여론은 더욱 격화됐고, 홍 감독 개인에게 거의 모든 책임을 집중시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포츠에서 감독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책임을 묻는 것과 한 개인을 사회적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상황을 바라보는 일본의 반응이었다.

일본의 고노 다로 전 외무상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 OB인 홍명보를 괴롭히지 말라”고 짧게 적었다. 그는 홍 감독이 1990년대 J리그 쇼난 벨마레에서 활약했던 인연을 언급하며, 한국에서 벌어지는 과도한 비난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일본 축구계 인사와 팬들 사이에서도 “J리그는 당신을 잊지 않았다”, “일본으로 돌아오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본 방송에서도 국가 최고지도자가 감독 개인을 직접 겨냥해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일부 출연자들은 실망을 표현하는 것과 최고 권력자가 특정 개인에게 책임을 집중시키는 것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장면은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의 여론 문화를 되돌아보게 한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여론은 빠르게 형성되고, 잘못이 있다고 판단된 대상에게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비난을 쏟아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비판은 민주사회의 중요한 기능이지만, 사실관계와 맥락을 충분히 살피기도 전에 모두가 한 방향으로 ‘돌을 던지는’ 분위기는 비판을 넘어 조리돌림이나 멍석말이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더욱이 최고 권력자의 발언은 일반인의 의견과는 다른 무게를 가진다. 정치적 견해와 별개로, 대통령의 공개 발언은 이미 형성된 여론에 추가적인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사회적 압박을 더욱 증폭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국제사회에서도 ‘캔슬 컬처(cancel culture)’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공인이나 기업이 책임을 지는 것과, 한 사람의 사회적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책임은 분명히 묻되,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관용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홍명보 사태 역시 단순한 월드컵 탈락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정작 한국보다 일본에서 먼저 “그만 괴롭히라”는 목소리가 나온 현실은, 승패를 넘어 한국 사회가 과연 실패한 사람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허용하는 공동체인지, 아니면 모두가 함께 돌을 던지는 사회인지 되묻게 하는 장면으로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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