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한국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주요 은행 5곳에 약 6천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당초에 논의됐던 1조4천억원 규모의 제재안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수준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임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대한 과징금 규모를 합산 약 6천억원 수준으로 의결했다. 이번 안건은 금융위원회로 넘어가 최종 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참고: 금감원, 5개 은행 홍콩 ELS 판매 과징금 6000억원…절반 이하 감경)
홍콩H지수 ELS 사태는 한국 은행권이 대규모로 판매한 홍콩 증시 연계 파생상품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면서 촉발됐다. 홍콩H지수는 중국 국유기업과 대형 중국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반영하는 지수로, 중국 경기 침체와 부동산 위기 여파로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을 입었고, 금융당국은 일부 은행이 상품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불완전판매 사례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당초 금융감독원은 약 1조4천억원 규모의 과징금 제재안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으나,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일부 사실관계와 법률 적용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후 금감원은 위반행위의 중대성 평가와 법리 적용 기준을 다시 검토한 끝에 과징금 규모를 크게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감경 결정의 배경으로 은행권의 자율배상 노력과 금융산업의 자본 건전성을 고려한 판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징금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은행들의 대출 여력과 투자 능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이번 결정은 6·3 지방선거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선거 전에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재검토 절차를 진행해 왔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여론과 금융권 부담 완화 요구가 충돌하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거 이후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번 6천억원 규모의 과징금도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추가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남아 있으며, 최종 과징금 규모는 금융위원회 의결 이후 확정된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은행권 제재 규모를 넘어 한국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산업 경쟁력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홍콩H지수 ELS 사태가 한국 금융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완전판매 논란 가운데 하나로 기록된 만큼, 향후 유사한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감독 기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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