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홍콩이 오는 11월 16일부터 종이 주권 중심의 기존 제도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 무증권 증권시장(Uncertificated Securities Market·USM) 제도를 도입한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개인 투자자는 종이 주권 없이도 자신의 이름으로 상장 주식을 전자적으로 보유하고 관리할 수 있으며, 배당금 수령과 의결권 행사 등 주주 권리를 보다 직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에 따르면 USM은 승인된 증권등록기관(Approved Securities Registrar)의 전자 플랫폼과 홍콩중앙결제회사(HKSCC) 시스템을 연계해 투자자가 주식을 디지털 형태로 보유·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에는 투자자가 종이 주권을 직접 보유하거나 은행·증권사를 통해 중앙결제결제시스템(CCASS)에 예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다수의 개인 투자자는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 법적 명의자는 HKSCC Nominees가 되고 투자자는 실질소유자(Beneficial Owner) 지위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주주총회 참석, 의결권 행사, 기업공시 수령 및 배당금 관련 절차에서 중개기관을 거쳐야 했다.
USM 도입 이후에는 투자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주식을 전자 등록해 직접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선택지가 추가된다.
홍콩거래소(HKEX)는 USM이 종이 서류와 수작업 중심 절차를 줄여 금융시장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는 온라인으로 보유 주식을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으며, CCASS 입·출고 요청이나 양도 절차도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처리 속도다. 현재 종이 주권을 기준으로 명의 이전을 진행할 경우 통상 약 10영업일이 소요될 수 있지만, USM 체계에서는 필요한 정보가 모두 제출된 경우 당일 처리도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미 무증권 형태로 전환된 주식은 동일 영업일 내 이전이 가능하며, 아직 전환되지 않은 종이 주권도 최대 5영업일 내 처리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
다만 투자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전자 보유하더라도 홍콩증권거래소(SEHK)에서 매매하려면 기존과 마찬가지로 거래 결제를 위해 주식을 CCASS 계정으로 이전해야 한다. 차이점은 이 과정이 종이 서류 제출 대신 전자 방식으로 처리된다는 점이다.
현지 금융업계는 이번 제도가 개인 투자자의 권리 강화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홍콩 언론 더 스탠다드(The Standard)는 USM 도입으로 투자자가 전자적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주식을 직접 보유할 수 있게 되며, 일부 투자자에게는 수탁 관련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다만 단기 IPO 투자자의 경우 상장 직후 즉시 매도하려면 여전히 증권사 계좌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참고: Hong Kong to launch paperless securities regime on Nov 16, enabling direct electronic shareholding)
상장기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투자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비중이 증가하면 기업은 중개기관을 여러 단계 거치지 않고 주주와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된다. SFC는 이를 통해 주주 투명성과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콩 당국은 제도 시행 후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장 전환을 추진한다. 기존 상장사 2,600여 곳이 순차적으로 USM 체계에 편입될 예정이며, 신규 기업공개(IPO) 종목은 상장 시점부터 무증권 형태로 발행된다. 또한 HKSCC가 보관 중인 약 460만 장의 종이 주권과 시장에 유통 중인 약 1,000만 장의 종이 주권도 장기적으로 전자화 대상이 될 전망이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는 USM 시행일을 2026년 11월 16일로 확정했으며, 관련 법규와 홍콩거래소 규정 개정 작업도 대부분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번 제도가 투자자 보호 강화와 시장 효율성 제고, 친환경 금융시장 구축에 기여하면서 홍콩의 국제금융허브 경쟁력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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