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을 기존의 ‘북한’ 대신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으로 부르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한국 사회가 거센 논쟁에 휩싸였다. 단순한 용어 변경을 넘어 헌법 질서와 통일 정책의 방향성까지 흔들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논란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최근 공식 석상에서 북한을 ‘조선’으로 지칭하면서 촉발됐다. 통일부는 이후 해당 사안을 공론화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4조는 평화적 통일을 국가의 책무로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헌법적 구조 아래에서 북한은 별도의 국가가 아닌 ‘미수복 지역’ 또는 ‘사실상 점유된 지역’으로 해석되는 것이 기존 입장이다.
따라서 북한을 공식 국호로 부르는 것은 단순한 외교적 표현을 넘어, 북한을 독립된 주권 국가로 인정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보수 진영은 이를 “헌법 정신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일부 학계에서는 현실적 접근 필요성을 강조한다. 남북이 이미 유엔에 각각 가입한 별도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상호 공식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긴장 완화와 관계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통일부 측은 “호칭은 상대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관계를 구축할 것인지 보여주는 요소”라며, 언어 변화가 평화 공존의 공간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독일은 1972년 기본조약 체결 이후 동·서독이 서로의 공식 국호를 사용하면서 교류 확대의 계기를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논쟁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북한이 지난 2023년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한국을 ‘대한민국’으로 지칭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한국 역시 북한의 국호를 사용할 경우 사실상 ‘두 국가 체제’를 상호 인정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한 내부의 인권 문제와 체제 특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변화가 정권의 정당성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의 핵심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의 인권 상황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정치적 자유와 기본권이 크게 제한돼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여론 역시 분열된 모습이다.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현상 유지 또는 평화 공존을 선호하는 경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호칭 문제는 곧 국가 정체성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정치적 합의 없이 추진될 경우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까지 정부는 공식적인 변경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며, 공론화 과정과 사회적 논의를 거쳐 신중히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논쟁은 분단 70여 년을 넘어선 한반도의 현실과 미래를 둘러싼 근본적 질문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참고: 북한 or 조선? South Korea debates what to call North Korea)
데일리홍콩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