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저가형 가전제품 내부에 정교하게 가공한 금과 은을 숨겨 일본으로 밀수출하려던 일당이 홍콩 세관에 덜미를 잡혔다. 이번 적발 규모는 약 2억 3,000만 홍콩달러(한화 약 390억 원)로, 홍콩 세관 역사상 귀금속 밀수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다.
기상천외한 ‘금속판’ 위장 수법
홍콩 세관은 지난 3월 2일, 일본행 화물로 신고된 소형 다기능 초음파 세척기(Ultrasonic Cleaner) 4,680대를 전수 조사하여 이 사건을 밝히게 되었다. 이 기기들은 안경이나 장신구를 닦는 용도로, 대당 가격이 100홍콩달러(약 1만 7,000원)에 불과한 저가 제품이었다.
밀수범들은 세척기 바닥면에 전선이나 부품처럼 보이는 직사각형 금속판을 추가로 부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세관이 정밀 장비로 이 금속판을 분해한 결과, 놀라운 수법이 드러났다. 얇게 편 금판(약 36g) 1장을 중심에 두고, 양옆을 은판(각 30g) 2장으로 감싸 하나의 일반적인 금속 부품처럼 보이게 만든 ‘샌드위치’ 구조였다.
이런 방식으로 숨겨진 귀금속은 총 금 168kg, 은 285kg에 달했다.
“물류비가 물건값보다 비싸?”… 세관 레이더에 포착
범죄 조직은 단속을 피하고자 화물을 두 개의 항공편에 나누어 실었으나, 세관의 정보 분석을 피하지 못했다. 세관 관계자는 “대당 100달러도 안 되는 저가 세척기를 비싼 항공편으로 대량 운송하는 것 자체가 경제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았다”며 “X-ray 분석 결과 기기 내부의 밀도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점을 포착해 강제 개방했다”고 밝혔다.
일본 내 소비세 2,300만 달러 포탈 목적
홍콩 세관은 이번 범행의 주된 목적이 일본 소비세(10%) 탈루라고 분석했다. 해당 귀금속이 성공적으로 일본에 반입되었다면, 밀수범들은 약 2,300만 홍콩달러(한화 약 39억 원) 에 달하는 세금을 포탈할 수 있었다.
현재 홍콩 세관은 화물 발송인으로 등록된 유령 회사와 일본 내 수취인(스포츠 용품 및 물류 업체) 사이의 연결 고리를 추적 중이며, 추가 검거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홍콩 세관은 최근 금과 은의 국제 가격 급등으로 밀수 이익이 커짐에 따라 수법이 더욱 지능화되고 있다며 첨단 장비를 동원한 엄격한 검역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일리홍콩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