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홍콩대학(HKU) 연구진이 1일 자성(磁性, Magnetism) 상태에 따라 빛의 진행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광학 현상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발견은 자석처럼 배열된 물질 내부에서 빛이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굴절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초소형 렌즈, 초고해상도 현미경, 자석으로 작동을 조절할 수 있는 차세대 광학 소자 개발로 이어질 수 있어, 반도체·광학·나노기술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2026년판에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이는 홍콩대학 물리학과의 장샹(Zhang Xiang) 교수 연구팀으로, 국제 공동연구진이 함께 참여했다.
(링크: Excitonic negative refraction mediated by magnetic orders)
‘빛은 항상 같은 방식으로 굴절된다’는 상식을 깨다
일반적으로 빛은 공기에서 물이나 유리로 들어갈 때 정해진 법칙에 따라 굴절된다. 그러나 연구진은 크로뮴 설파이드 브로마이드(CrSBr)라는 얇은 자성 물질에서 특정 조건이 갖춰질 경우 빛이 기존과 반대 방향으로 굴절되는 ‘음의 굴절(negative refraction)’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핵심은 이 물질이 자석처럼 내부 원자들이 질서 있게 정렬된 상태(자기 질서, magnetic order)에 있을 때만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즉, 물질의 자성 상태가 바뀌면 빛의 움직임도 함께 달라진다.
빛을 ‘조종’하는 주체는 전자도, 자석도 아닌 ‘엑시톤’
이번 현상의 중심에는 ‘엑시톤(exciton)’이라는 반도체 내부의 미시적 입자가 있다. 엑시톤은 전자와 양전하가 결합한 상태로, LED나 태양전지 같은 광전자 소자의 작동 원리에도 관여하지만, 빛의 경로 자체를 바꾸는 역할은 지금까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연구진은 CrSBr이 자성 질서를 형성하면 엑시톤의 반응이 크게 강화되고, 그 결과 물질 내부에서 빛의 전파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는 점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다시 말해, 자석 상태 → 엑시톤 변화 → 빛의 진행 방향 변화라는 연결 고리가 처음으로 명확히 밝혀진 것이다.
칩 위에 구현된 ‘엑시톤 하이퍼렌즈’
연구진은 단순한 관찰에 그치지 않고, 이 원리를 활용해 나노광학 칩 위에 ‘엑시톤 하이퍼렌즈’를 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하이퍼렌즈는 기존 광학 렌즈로는 볼 수 없는 극미세 구조를 관측할 수 있게 하는 장치로, 이번 연구에서는 자성 상태가 형성될 때만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빛을 전기 신호처럼 스위치로 켜고 끄거나, 자석 상태에 따라 경로를 바꾸는 ‘조절 가능한 광학 소자’로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도체·광학 기술에 어떤 의미가 있나
이번 연구가 곧바로 기존 반도체 장비나 노광 기술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성과가 광학을 전자·자기 현상과 결합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특히 미세 공정이 극한에 다다른 상황에서, 빛을 물질 내부에서 더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다면 차세대 포토닉 칩, 초고해상도 센서, 양자 광학 소자 등으로 응용 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
“빛을 다루는 새로운 물리 플랫폼”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는 반데르발스 자성 물질 속 엑시톤을 이용해 비정상적인 빛의 전파를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나노스케일에서 빛을 다루는 새로운 물리적 플랫폼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홍콩대학을 포함한 홍콩 지역 대학들이 기초과학과 첨단 나노기술 분야에서 국제적 연구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평가된다.
데일리홍콩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