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합의 발표 직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면서 그 배경을 둘러싼 해석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미국 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SNS 플랫폼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김 위원장과 나란히 걷고 있는 사진 한 장을 별다른 설명 없이 올렸다.
사진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 당시 촬영된 것으로, 현직 미국 대통령과 북한 최고지도자가 처음으로 만난 장면 가운데 하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공동성명에 서명하며 새로운 북·미 관계 구축과 한반도 평화체제 조성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번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합의 완료를 공식 발표하기에 앞서 게시됐다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한국과 해외 일부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문제를 일단락한 뒤 다시 북한 문제에 관심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에도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여러 차례 언급해 왔으며 지난 3월 백악관을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면담 과정에서도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참모에게 가져오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이를 북·미 대화 재개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전문매체 NK뉴스에 따르면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김재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나 행동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단순히 올리고 싶어서 올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다만 이번 사진이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비핵화 외교의 성공 사례로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 Trump posts summit photo with Kim Jong Un before announcing Iran deal)
문제는 2018년과 현재의 북한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과 2019년 하노이 회담 당시만 해도 북한이 제재 완화와 관계 개선을 조건으로 핵 프로그램 일부를 협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존재했다.
하지만 현재 북한은 핵무력 정책을 헌법에 명시했으며, 최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는 “불가역적”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 변화도 주목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게재한 기고문에서 미국이 더 이상 북한 비핵화를 현실적인 정책 목표로 삼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북한 문제 전문가 가브리엘라 베르날 박사는 SCMP 기고문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를 버릴 때가 됐다”며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현실적 접근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르날 박사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 과정에서 북·중 양측이 비핵화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또한 러시아는 이미 2024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통해 북한 비핵화가 “종결된 문제”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중국 역시 공식적으로는 비핵화를 지지하면서도 최근 들어 관련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처: Time for US wishful thinking on North Korean denuclearisation is over)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더라도 과거처럼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핵 능력 동결이나 추가 핵실험 중단, 위기관리 체계 구축 등 군비통제(arms control)에 가까운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접근은 한국과 일본의 안보 우려를 증폭시키고 동북아 군비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사진 한 장이 실제 정책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국제사회 일각에서 점차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8년 전 싱가포르 정상회담 장면이 다시 소환되면서 북핵 문제를 둘러싼 향후 미국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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