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한국 정부가 이른바 ‘가짜뉴스’ 대응을 명분으로 인터넷 콘텐츠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표현의 자유 위축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유튜버와 온라인 콘텐츠 생산자에게 최대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방향이 추진되자, 국내외에서는 “정부가 진실의 심판자가 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국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지난 8일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고받고,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해 타인에게 피해를 준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세부 기준을 공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3회 이상 콘텐츠를 게시한 사람 가운데 구독자 수 10만 명 이상 또는 월평균 조회수 10만 회 이상인 경우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참고: ‘가짜뉴스’ 최대 5배 손해배상…구독자 10만 유튜버부터 적용)
정부는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보 생산자에 대한 책임 강화”라고 설명했지만, 비판론자들은 기준 자체가 자의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유튜브 ‘실버 버튼’ 기준인 10만 구독자를 사실상 규제 기준으로 삼은 데 대해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문제는 단순히 손해배상 규모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무엇을 ‘허위’ 또는 ‘조작’으로 판단할 것인지, 그리고 그 기준이 정권 변화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가짜뉴스’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반복돼 왔다. 언론학계에서는 허위정보 대응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국가 권력이 직접 판단에 개입하는 순간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과거 칼럼에서 “원칙과 규칙이 모호한 칼에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한번 만들어진 규제 도구는 정권이 바뀌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특정 언론사를 향한 칼끝일 수 있지만 다음 차례는 누구든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참고: ‘가짜뉴스’ 처벌이라는 위험한 칼)
특히 이번 제도는 단순한 언론사를 넘어 개인 크리에이터와 독립 미디어까지 포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표현의 자유 흐름과 충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허위정보 대응과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허위정보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유로 국가가 ‘무엇이 진실인가’를 직접 판단하기 시작하면, 결국 시민 스스로 판단할 권리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자유시장 원칙을 중시하는 시각에서는 콘텐츠 생산자가 잘못된 정보를 반복적으로 유포할 경우, 정부 개입 이전에 시민과 시장의 자율적 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구독 취소, 광고 이탈, 비판적 리뷰와 같은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에도, 정부가 직접 ‘허위정보 생산자’를 규정하고 처벌 기준까지 설정하는 것은 과도한 국가 개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반복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 논쟁과도 연결된다. 데일리홍콩은 앞서 한국에서 경제 기사와 주식 거래를 둘러싼 법적 공방 사례를 보도하며, 언론 보도와 시장 행위의 경계가 어디까지 국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국제적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참고: 표현의 자유 vs 자본시장법…한국서 기자 선행매매 사건 법정 공방 개시)
비판론자들은 특히 “국민보다 정부가 더 현명하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 시민들이 스스로 정보를 판단하고 평가할 능력이 없다고 간주한 채, 국가가 대신 진실 여부를 결정하려는 방향은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온라인 미디어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 사회에서는 틀린 의견조차 반박과 토론을 통해 검증받아야 한다”며 “정부가 먼저 ‘허위’ 딱지를 붙이기 시작하면 결국 가장 위축되는 것은 비주류 목소리와 권력 비판”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개정안이 “허위조작정보 유통 방지와 안전한 공론장 조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과연 진실을 판단할 최종 권한은 정부에 있는가, 아니면 시민 개개인에게 있는가.
데일리홍콩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