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홍콩 정부가 2026년 3월 23일 국가안보법(NSL)의 제43조 집행 규정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한 이후, 일부 해외 및 한국 언론에서 “방문객도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 의무화” 등의 표현이 확산되면서 제도의 실제 적용 범위를 둘러싼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개정 규정의 적용 대상은 일반 방문객이나 시민 전체가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협할 합리적 의심이 있는 경우에 한정된 수사 대상자라는 점에서 보도 표현과 실제 내용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밀번호 요구권’, 특정 상황에서의 수사 권한

이번 개정의 핵심은 국가안보 관련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전자기기 접근을 위해 비밀번호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명확히 한 것이다.

다만 이는 모든 입국자나 일반 시민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조치가 아니라, 국가안보 범죄와 관련된 수사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행사되는 권한이다.

예를 들어,

  • 공항에서 일반 여행객이 입국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을 요구받는 상황은 해당되지 않으며,
  • 특정 인물이 국가안보 위협 행위에 연루됐다는 근거가 있을 때, 수사 절차의 일환으로 요구가 이뤄질 수 있다.

즉, ‘모든 방문객 대상 의무’로 해석하는 것은 실제 법 적용 범위를 과도하게 확장한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존재하는 유사 제도

디지털 증거 확보를 위한 비밀번호 제공 요구는 홍콩만의 특수한 제도는 아니다.

  • 싱가포르는 형사소송법(CPC)에 따라 수사기관이 비밀번호 제공을 요구할 수 있으며, 불응 시 처벌이 가능하다.
  • 영국은 수사권한규제법(RIPA)에 따라 암호 해제 요구를 거부할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 한국 역시 법원의 영장을 기반으로 전자기기 압수·분석이 가능하며, 수사 과정에서 비밀번호 제공 협조가 요구되는 사례가 존재한다.

이처럼 디지털 기기 접근 권한은 주요 국가에서도 범죄 수사 과정의 일환으로 활용되고 있다.

‘무차별 적용’ 아닌 ‘합리적 의심’ 전제

홍콩 정부는 해당 권한이 법적으로 규정된 요건과 절차 하에서만 행사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개정 규정은 국가안보를 해치는 범죄 혐의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며, 이는 일반적으로 수사 개시의 기준이 되는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 또는 probable cause)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또한 수사 과정에는 사법적 감독 장치가 존재해 권한 남용을 방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홍콩 정부 “일반 시민 일상 영향 없다”

홍콩 정부는 공식 설명을 통해 이번 개정이 일반 시민이나 방문객의 일상적인 활동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 국가안보 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기술적 필요를 반영하고
  • 기존 법 집행 경험을 체계화하며
  • 법적 명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법을 준수하는 사람의 정상적인 생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해석의 핵심은 ‘적용 범위’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법 조문의 내용 자체보다는,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적용 범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방문객도 비밀번호 제출 의무”와 같은 표현은 제도의 조건과 맥락을 생략할 경우 실제보다 광범위한 권한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개정은 모든 시민이나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일괄적 의무가 아니라, 국가안보 수사라는 특정 상황에 한정된 절차적 권한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고: 2026 Implementation Rules for Amending the Implementation Rules for Article 43 of the Law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on Safeguarding National Security in the Hong Kong Special Administrative Region gazet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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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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