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유전자 편집 기술 논쟁의 중심에 섰던 ‘유전자 가위’ CRISPR/Cas9이 이번에는 식탁으로 들어왔다. 중국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유전자 기능을 정밀하게 제거해 ‘버터 팝콘 향’이 나는 토마토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GMO와 유전자 조작 식품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중국 저장성의 농업 연구기관인 샹후 실험실 연구팀은 CRISPR/Cas9 유전자 편집 도구를 이용해 토마토의 향기를 억제하는 두 개의 유전자를 동시에 비활성화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가 진행된 곳은 중국 동부 저장성 의 연구용 온실로, 겉보기에는 일반 토마토와 다르지 않았지만 과실과 잎에서 고급 향미 쌀과 유사한 버터 팝콘 향이 퍼졌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자연에는 없던 향기, 실험실이 만들었다
토마토 향기의 핵심은 ‘2-아세틸-1-피롤린(2-AP)’이라는 화합물이다. 인도와 태국의 고급 향미 쌀에서 발견되는 성분으로, 이 물질이 많을수록 고소한 팝콘 냄새가 난다.
연구팀은 토마토 유전체 안에서 향기 생성을 억제하는 SlBADH1과 SlBADH2 유전자를 찾아냈고, CRISPR/Cas9으로 해당 기능을 정밀하게 제거했다.
그 결과 SlBADH2만 제거한 토마토에서도 향기가 감지됐고, 두 유전자를 동시에 차단한 개체에서는 향기 농도가 약 4배까지 증가했다.
연구진은 706종의 다양한 토마토 유전자를 조사했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동일한 돌연변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이번 품종은 자연 교배나 돌연변이가 아니라 실험실 유전자 편집으로 처음 만들어진 향기 토마토라는 의미다.
수확량 그대로, 향만 바꿨다
연구진이 강조한 부분은 농업 생산성이다.
개화 시기, 식물 키, 과일 무게, 당도, 유기산 등 주요 농업 특성에서 기존 품종과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향만 강화하고 생산성은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중국 은 세계 토마토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으로, 연구팀은 향기 품종을 상업용 재배종에 도입해 소비자 선호도와 시장 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이후 계속되는 ‘유전자 기술 불신’
CRISPR/Cas9은 특정 DNA를 원하는 위치에서 절단해 유전자 기능을 제거하거나 바꾸는 기술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 개발과 바이오 연구 과정에서 자주 언급되며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인간 건강이나 생태계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과거 광우병 파동이나 GMO 농산물 논쟁처럼 식품 안전성 문제는 과학적 사실과 사회적 불신이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자연에 존재하지 않던 형질이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은 “유전자 편집 식품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유전자 편집은 GMO와 다른가”
연구진은 외부 유전자를 삽입하는 전통적 GMO와 달리 기존 유전자 기능만 제거했기 때문에 안전성 논의가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인간이 설계한 새로운 품종이라는 점에서 구분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CRISPR 기술이 농업·의약·노화 연구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규제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일부 국가에서는 유전자 편집 작물을 GMO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향후 국제 식품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참고: Chinese scientists engineer gene-edited tomato with popcorn aroma)
데일리홍콩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