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홍콩한국국제학교(KIS) 한국부에서 한 학생이 오랜 기간 교우 갈등과 괴롭힘을 겪어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학교의 대응과 진학 심의 과정 전반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학생은 반복적인 갈등 속에서 심리적 어려움을 겪어왔고, 올해 1월에는 교내에서 자해 시도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학교는 고등학교 진학 심의에서 학생의 입학을 불허했고, 학부모는 “학교가 취약한 학생을 보호하지 못했으며, 심의 과정에서도 형평성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홍콩 교육국(EDB)과 한국 교육 당국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학폭 논란이나 진학 문제를 넘어, 학생 간 갈등, 교사와 학생 사이의 오해, 학부모와 학교 간 신뢰 부족, 행정 절차의 미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우 갈등과 괴롭힘… 3년간 이어졌다는 주장
학부모에 따르면 학생은 지난 3년간 학교에서 일부 또래 학생들과의 갈등 속에서 지속적인 언어적·정서적 압박을 받아왔다고 한다. 특히 갈등을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진 학생의 나이가 또래보다 2살이나 많아(15세 vs 17세)은 홍콩 교육청이 강조하는 권력 불균형(Power Imbalance) 요소에 해당할 수 있으나, 학부모는 “학교가 이를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학교 측의 공식 입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학생이 반복적으로 괴롭힘을 호소해왔다는 점은 여러 문서와 진술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영어 수업 중 발생한 오해… 위기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설명
갈등의 클라이맥스로 사건의 전환점이 된 장면은 영어 수업 시간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업 시간에 학생이 교사에게 질문을 하고 있을 때 뒤에서 가해 학생이 “닥쳐”라고 말한 것을 똑같이 “닥쳐”라고 대꾸한 것을 교사가 자신에게 한 말로 오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당 교사는 당시 학생에게 퇴실을 지시했었는데, 학생은 격앙된 상태에서 교실을 나간 뒤 소화전을 파손하고 자해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사실관계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이 장면은 학생의 심리적 취약성, 반복된 갈등, 교사와 학생 간 의사소통의 단절이 겹쳐 위기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해 이후의 대응… 보호보다 행정 절차가 앞섰다는 지적
자해 사건 다음 날, 학교는 학생에게 직접 “정신과 진단 및 상담 권고서”를 전달했다. 학부모는 이를 “학생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는 방식이었다”고 주장한다.
학교측은 “절차에 따른 통보”라고 설명했지만, 위기관리위원회가 사건 직후 구성된 점을 고려하면 보호 조치보다 행정적 대응이 우선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학 불허 결정… 형평성 논란으로 번지다
이후 학교는 고등학교 진학 심의를 진행했고, 최종적으로는 학생의 입학을 불허했다.
학교는 “여러 교사들의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학부모는 “전원 심의가 실제로 이루어진 적이 없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본지가 확인한 학생선발위원회 녹취록에서도 전원 심의가 이루어졌다는 구체적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학부모는 이를 “특정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절차”라고 보고 있으며, 이 부분이 이번 논란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교사들의 우려… 그러나 구체적 근거는 부족했다는 비판
녹취록에서 교사들은 교우관계, 수업 태도, 개선 가능성, 교수학습권 침해 우려 등을 언급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가 객관적 기록이나 구체적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특히 “교수학습권 침해”는 학생의 행동 때문이라기보다 학부모의 강한 민원 제기로 인해 교사들이 부담을 느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학부모의 격앙된 태도… “처음 겪는 상황에서의 두려움”이라는 해석도
녹취록에서 학부모는 다소 격한 표현을 사용했다.
학교 측은 이를 “교권 침해”로 받아들였지만, 학부모는 “아이가 자해까지 한 상황에서 침착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학부모가 학교를 ‘우월한 위치’로 느끼며 압박감을 받았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처음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감정적 대응이 갈등을 더 키운 측면도 있어 보인다.
이 부분은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단정하기보다는, 학부모와 학교 사이의 신뢰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갈등이 증폭된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국제학교의 공공성… 다시 묻는 책임
KIS 한국부는 한국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고, 한국 교육부에서 교장을 파견하는 등 공공적 성격을 가진 기관이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학교 내부 갈등이 아니라, 학교 운영의 투명성·형평성·책임성에 대한 공동체적 신뢰와 직결된 문제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상처를 입었고, 학교 공동체 전체가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 학폭 및 갈등 대응 절차의 투명성 강화
- 취약 학생 보호 체계 정비
- 진학 심사 기준의 명확화
- 학부모–학교 간 소통 구조 개선
- 교사–학생 간 오해를 줄이기 위한 의사소통 교육
- 위기 상황 대응 매뉴얼 보완
이러한 변화는 특정 개인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기반으로 평가된다.
피해 학생은 현재 다른 학교에 소속되지 못한 상태다.
학부모는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으며, 학교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학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품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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