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지금까지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불임으로 여겨졌던 조기 난소 기능 저하(Premature Ovarian Insufficiency, POI) 여성에게서, 약물 치료를 통해 난자 성장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홍콩대학(HKU) 의과대학 연구진은 기존에 신장 질환 치료에 사용되던 항섬유화 약물이 난소 환경을 개선해 난자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홍콩대 의과대학(HKUMed)과 홍콩대 선전병원(HKU-SZH)이 공동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

(논문: Antifibrotic drug finerenone restores fertility in premature ovarian insufficiency)


조기 난소 기능 저하, “임신 거의 불가능”했던 상황

조기 난소 기능 저하는 40세 이전에 난소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상황으로, 전 세계 가임 여성의 약 1~3%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 해당하는 여성들은 난포 발달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서 초음파로 확인 가능한 난포가 부족하고, 난자가 나오지 않으니 시험관아기(IVF) 시도도 적용이 어려워 사실상 임신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인식돼 왔다.


핵심은 ‘난자를 자극’이 아니라 ‘난소 환경 개선’

연구를 이끈 홍콩대 의과대학 산부인과 류쿠이(Liu Kui) 교수팀은 기존처럼 난포를 직접 자극하는 방식이 아니라, 난소 미세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전략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POI 환자의 난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섬유화(fibrosis) 현상이 난포 성장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약물 가운데 항섬유화 효과가 있는 약물을 선별했고, 제2형 당뇨병성 신장질환 치료제로 사용 중인 피네레논(Finerenone)이 난소 섬유화를 줄이고 휴면 상태의 작은 난포를 성장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임상시험서 절반가량 난자 성숙…배아 생성도 확인

연구진은 2024년부터 홍콩대 선전병원에서 POI 진단을 받은 여성 14명을 대상으로 파일럿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피네레논을 간헐적으로 투여하고 개인 맞춤형 난소 자극 치료를 병행한 결과, 8명이 난포 발달을 보였고, 약 절반이 성숙 난자를 확보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실제 배아 생성에 성공했으며, 또 다른 일부는 난자를 냉동 보존했다. 연구진은 치료 과정에서 중대한 부작용이나 태아 안전성 문제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난자를 보지 말고, 난소를 보라”

공동 연구자인 어니스트 응(Ernest Ng Hung-yu)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난소 기능 저하가 단순한 노화 문제가 아니라, 치료 가능한 병리적 환경 문제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난포 자체가 아니라 난소 환경을 치료하는 접근이 POI 치료의 새로운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피네레논 외에도 니텐다닙, 룩솔리티닙 등 다른 항섬유화 약물들도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고 밝혀, 약물 재창출을 통한 불임 치료 확대 가능성도 제시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치료 패러다임 바꾸는 단서”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아직 소규모 임상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지금까지 치료법이 거의 없던 POI 환자에게 임신 가능성을 다시 논의할 수 있는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출처: HKUMed and HKU Shenzhen Hospital achieve breakthrough in treating premature ovarian insufficiency with drugs to activate dormant eggs and restore fert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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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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