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트렌드 분석 기업 WGSN이 홍콩 코즈웨이베이에 위치한 지사에서 한국어 전문가 채용에 나서며, 인공지능(AI) 번역 시대 속 ‘사람의 언어 감각’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WGSN은 최근 링크드인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Korean Language Specialist(한국어 전문가)’ 포지션 채용 공고를 게재했다. 근무지는 홍콩 코즈웨이베이 리가든 원(Lee Garden One) 사무실이며, 주 3일 오피스 출근이 요구되는 정규직이다.
WGSN은 패션, 뷰티, 소비자 기술, 식음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소비자 트렌드를 예측하는 글로벌 리서치 기업으로, 전 세계 브랜드의 제품 기획과 디자인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트렌드 권위자’로 평가된다. 기업 고객들은 WGSN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 소비자 수요를 예측하고 제품을 설계한다.
이번 채용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단순 번역을 넘어 ‘로컬라이제이션(Localisation)’ 역량을 핵심으로 요구한다는 점이다. 지원자는 영어 콘텐츠를 한국 시장에 맞게 재해석(transcreation)하고, 문화적 맥락까지 반영해 콘텐츠를 다듬는 역할을 맡는다. 단순히 문장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메시지와 톤앤매너까지 유지해야 하는 고난도의 언어 작업이다.
특히 WGSN은 DeepL, Google 기반 번역 시스템과 LLM(대형언어모델)을 활용한 자동 번역 프로세스를 이미 도입한 상태다. 이번 포지션 역시 AI 번역 결과를 검수·개선하고, 번역 품질을 높이기 위한 워크플로우를 설계하는 역할이 포함된다.
이는 AI가 번역의 ‘속도’를 담당하는 반면, 최종 ‘품질’과 ‘문화적 적합성’은 여전히 독자들을 이해하는 인간 전문가의 몫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특히 글로벌 콘텐츠 기업일수록 자사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막기 위해 언어 검수에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업계 관계자는 “LLM 기반 번역이 보편화되면서 오히려 포스트에디팅(post-editing)과 로컬라이제이션 전문가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단순 번역가보다 콘텐츠 전략까지 이해하는 ‘언어 전문가’가 각광받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채용 공고에 따르면 지원자는 한국어 원어민 수준의 언어 능력과 함께 영어 독해 및 작문 능력을 갖춰야 하며, AI 번역 도구 활용 경험이 요구된다. 또한 다양한 부서(마케팅·디자인·테크·제품팀)와 협업하며 콘텐츠 품질을 관리하는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중요하게 평가된다.
근무 조건도 눈길을 끈다. WGSN은 연 20일 유급휴가, 사설 의료보험, 피트니스 지원금, 주택 임대료 세금 혜택 등 유연한 복지 패키지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홍콩 내 영국계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경쟁력 있는 복지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포지션 역시 업계 평균 이상의 근무 조건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편 WGSN은 채용 과정에서도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원서 검토 및 후보자 선별 과정에 AI를 도입하되, 최종 채용 결정은 인간이 내린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개인정보를 제거해 공정성을 높이고 편향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AI가 번역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이번 채용은 ‘AI + 인간 협업’ 모델이 현실적인 산업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콘텐츠 산업에서는 언어의 뉘앙스와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인간 전문가의 역할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WGSN 링크: https://www.wgsn.com/en/car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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