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홍콩의 대표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보도에서, 싱가포르항공(SIA)과 에미레이트항공(Emirates)이 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하며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홍콩의 국적항공사 캐세이퍼시픽(Cathay Pacific)이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물으며, 기업문화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를 던졌다.
SCMP에 따르면, 싱가포르항공은 2024~25 회계연도에 S$27억8천만(미화 약 21억5천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한 후, 전 직원에게 기본급의 7.45개월치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도 7.94개월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연속된 고성과를 기반으로 한 보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에미레이트항공도 올해 62억 달러(약 8조5천억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세전 이익을 달성하며, 전 세계 12만여 명의 직원에게 기본급의 22주치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2024년의 20주, 2023년의 24주 보너스에 이은 3년 연속 대규모 보너스 지급이다.
반면, 캐세이퍼시픽은 2024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1% 증가한 99억 홍콩달러(약 12억8천만 미 달러)를 기록했으나, 이는 팬데믹 이후 3년간 누적된 340억 홍콩달러의 적자를 간신히 극복한 수준이다. 올해 캐세이 직원들에게는 평균 3.8%의 급여 인상과 함께 6.2주 분량의 성과급이 지급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지급된 7.2주 분량보다는 줄어든 수치다.
싱가포르항공은 아시아에서 객실 승무원 급여가 가장 높은 항공사 중 하나로, 장거리 노선 승무원의 경우 연간 최대 S$75,000(한화 약 7천3백만 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에미레이트 승무원의 평균 월급은 미화 4,110달러이며, 여기에 연 최대 1만3천6백 달러 상당의 주택 수당이 추가로 제공된다. 반면 캐세이퍼시픽의 신입 승무원은 월 기본급이 HK$9,400 수준이고, 비행시간 수당 등을 포함해도 최대 HK$20,000을 넘기 어렵다. 외국인 승무원에게는 HK$7,000까지의 주거 보조금이 주어진다.
SCMP는 이런 보상이 단순히 급여 경쟁을 넘어서 글로벌 인재 확보 전략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항공 전문 분석가 제이슨 리 한밍(Jason Li Hanming)은 “싱가포르항공과 에미레이트가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는 상황에서 캐세이퍼시픽 직원 일부는 이직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캐세이가 다른 항공사들과 달리 민간 기업으로서 신중한 재정운영이 불가피하며, 홍콩에서 7년 근무 시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차별화된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캐세이는 2020년 팬데믹 당시 2,200억 원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5,900명을 감원하고, 캐세이드래곤을 폐지한 바 있다. 이후 생존을 위한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만큼, 재정 건전성 회복과 인프라 투자 등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우선시하고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성과공유제도’를 장려하고 있다. 기업이 일정 기준 이상의 경영성과를 달성할 경우, 그 이익의 일부를 직원들과 공유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제도에 참여하면 세제 혜택과 금융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지지만, 아직은 자발적 참여에 기반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싱가포르항공이나 에미레이트항공과 같은 적극적 보상 전략과는 온도차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처: Can Hong Kong’s Cathay compete against rivals dishing out hefty bonuses?)
홍콩 내에서는 통상적으로 “더블 페이(Double Pay)”라고 불리는 관행이 있다. 이는 보통 연말이나 회계연도 종료 전, 성과와 관계없이 한 달 치 추가 급여를 지급하는 보너스 제도다. 기업 성과가 특별히 부진하지 않는 이상 지급되는 경우가 많으며, 세금 보고 직전에 이뤄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13개월 급여” 또는 “더블 먼슬리 샐러리(double monthly salary)”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다만 이 같은 관행이 모든 업계에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음식·음료(F&B) 업계나 소규모 자영업체의 경우에는 더블페이나 유급 공휴일 지급 등의 법적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 음식점을 포함해 일부 사업장에서 법적 보장된 휴일이나 보너스가 지급되지 않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고용주와의 관계나 업계 관행을 이유로 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아, 제도와 현실 간 괴리가 존재한다.
결국 실질적인 성과 공유는 상장된 대기업이나 회계 정보가 공개되는 공공기업 중심으로 적용되는 경향이 있다. 비상장 중소기업의 경우 내부 경영성과를 외부에 공유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익 공유가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홍콩은 법적으로도 고용주의 “보너스 지급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는 고용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지며, 업계 관행과 기업의 윤리적 판단에 맡겨져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SCMP의 보도는 단순한 보너스 경쟁을 넘어, 홍콩 기업문화 전반의 재점검을 촉구하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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