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최근 한국 주요 은행들이 아시아 시장 전략의 핵심 거점을 싱가포르에서 홍콩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금융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의 까다로운 외국인 취업 규제가 주된 원인으로, 아시아 금융 허브의 위상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홍콩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현재 싱가포르에 위치한 ‘글로벌심사센터’와 ‘아시아심사센터’를 홍콩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두 은행이 심사센터 이전을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싱가포르 정부가 2023년 도입한 ‘COMPASS(포괄적 평가 시스템)’ 규제 때문이다. 이 제도는 기업이 외국인 주재원을 파견할 때, 해당 기업의 현지인 채용 수준을 비자 발급에 연동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실상 주재원 1명을 보내기 위해 현지인 3~4명을 채용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면서, 심사 업무처럼 숙련된 본국 인력이 필수적인 부서 운영에 어려움이 커진 것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싱가포르 지점 주재원 12명 중 절반인 6명이 글로벌심사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제한된 주재원 수를 영업 등 직접적인 수익 창출 부문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내부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2021년 홍콩에 있던 아시아심사센터를 싱가포르로 이전했으나, 2년 만에 다시 홍콩으로의 ‘유턴’을 고려하게 된 셈이다. 현재 4대 은행 중 가장 많은 17명의 주재원을 두고 있지만, 지점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심사 인력보다는 영업 인력이 더 시급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콩이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지옌(Z/Yen)이 발표한 최신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홍콩은 뉴욕, 런던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4위로 밀려난 싱가포르를 앞질렀다. 2022~2023년 싱가포르에 내줬던 아시아 최고 금융 허브 자리를 되찾은 것이다. 실제로 홍콩의 수출액은 2023년부터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등 경제 활력도 회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역할 분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 인프라와 인력 수급이 용이한 홍콩에 글로벌 심사센터를 두고, 지리적으로 동남아시아와 인접한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현지 영업과 딜 소싱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싱가포르의 규제 강화로 두 은행은 영업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반면 홍콩은 최근 적극적으로 해외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어 심사센터와 같은 핵심 지원 부서를 두기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아직 신중론도 존재한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지 비자 문제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심사센터 이전이 본부 차원에서 공식화된 것은 아니다”라며 “현지 감독 당국과의 협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홍콩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제3의 국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규제 장벽이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 이상, 한국 금융사들의 ‘탈(脫)싱가포르, 재(再)홍콩’ 움직임은 아시아 시장 진출 전략을 재편하는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KB·우리銀, 글로벌심사센터 홍콩 이전검토…”싱가포르 규제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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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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