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미국을 떠나 중국으로 복귀한 한 중국인 반도체 과학자의 행보를 두고, 이를 “자유를 찾아 떠난 선택”으로 묘사한 외신 보도가 표현의 자유와 기술 규제 문제를 혼동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미국 반도체 스타트업 ‘Atomic Semi’에서 근무하던 과학자 쉬전펑(Xu Zhenpeng)이 미국을 떠나 상하이교통대학(SJTU) 교수진에 합류한 사례를 전하며, 제목에서 그가 “자유를 찾기 위해 미국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참고: Chinese semiconductor engineer Xu Zhenpeng says he left US to find freedom)

그러나 기사 본문에 담긴 쉬 교수의 설명을 살펴보면, 그가 언급한 ‘자유’는 표현의 자유나 정치적 발언의 억압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미·중 기술 경쟁 속에서 강화된 수출 통제와 기업 내부 컴플라이언스 규정으로 인해 연구 활동과 국제 이동이 제한되는 환경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SCMP는 쉬 교수가 “미국 반도체 산업 내에서 점점 강화되는 정책과 기업 규제가 장기 연구와 국제적 이동성을 제약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 사회 전반에서 사상이나 발언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다는 주장이라기보다는, 민감 기술 종사자에게 적용되는 국가 안보 중심의 규제 환경을 지적한 발언에 가깝다.

반도체, 인공지능, 항공우주 등 이른바 이중용도(dual-use) 기술 분야는 군사·안보와 직결되는 영역으로, 해당 기술을 보유한 과학자들은 냉전 시기 핵과학자나 항공우주 기술자들처럼 이동과 연구에 강한 제약을 받아왔다. 이는 특정 이념이나 정치적 검열과는 성격이 다른 문제라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논란의 핵심은 쉬 교수의 중국행 자체가 아니라, 이를 설명하는 데 사용된 ‘자유’라는 표현의 맥락이다. SCMP의 제목은 미국의 표현의 자유가 구조적으로 훼손된 것처럼 읽힐 여지를 주지만, 기사에서 제시된 근거는 기술 안보와 규제 환경에 집중돼 있다.

이러한 표현은 최근 미국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제 검열 논쟁—선거 정보 유통, 코로나19 관련 정보 통제, 언론 보도 차단 문제 등—과는 성격이 다른 사안을 하나로 묶어 독자의 이해를 흐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중국은 언론·인터넷·학문 영역 전반에 걸쳐 제도화된 검열 체계를 운영하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기술 규제로 인한 연구 환경 제약과 표현의 자유 문제를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기보다, 미·중 전략 경쟁이 낳은 연구 환경의 구조적 변화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며 “자유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 그 의미와 맥락을 보다 엄밀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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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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