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홍콩 행정특별구(HKSAR) 정부가 파나마 대법원의 항만 운영 계약 위헌 판결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며 단호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이번 판결로 홍콩 기업 CK허치슨(CK Hutchison)이 보유한 파나마 항만 운영권의 법적 지위가 흔들리면서, 지난해 추진됐던 미국 블랙록(BlackRock) 컨소시움으로의 매각 계획 역시 사실상 불확실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정부는 30일 성명을 통해 “외국 정부가 국제 경제·무역 관계에서 강압적이거나 부당한 수단을 사용해 홍콩 기업의 합법적 사업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해당 국가의 비즈니스 환경을 해치고 투자자 신뢰를 약화시키며, 양측의 장기적 경제 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또 파나마 정부를 향해 “계약의 정신을 존중하고,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에 공정하고 정의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며 “홍콩 기업의 정당한 권익이 어떠한 간섭으로부터도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홍콩 기업들은 파나마에 대한 기존 및 향후 투자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HKSAR Government strongly disapproves of ruling made regarding Panamanian ports)
왜 홍콩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나
이번 반발의 직접적 계기는 파나마 대법원이 발보아(Balboa)와 크리스토발(Cristóbal) 두 항만에 대한 운영 계약을 위헌으로 판단한 판결이다. 해당 항만은 파나마 운하 양쪽 입구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로, CK허치슨 산하 파나마 포트 컴퍼니(PPC)가 1990년대부터 운영해 왔다. 문제의 계약은 2021년 자동 연장됐으나, 파나마 감사 당국이 절차적 문제와 국가 이익 훼손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홍콩 정부가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을 사용한 배경에는 단순한 상업 계약 분쟁을 넘어 ‘계약 안정성과 법치 훼손’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체결·운영된 계약이 사후적으로 위헌 판단을 받는다면, 이는 홍콩 기업 전반의 해외 투자 환경에도 부정적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블랙록 매각 합의…그러나 전제 흔들려
이번 사안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CK허치슨이 지난해 파나마 항만 운영권을 미국 블랙록 컨소시움에 매각하기로 원칙적 합의에 도달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2025년 3월 6일자 기사를 통해 CK허치슨이 파나마 항만 운영권을 포함한 자산을 미화 142억 달러 규모로 블랙록 컨소시움에 매각하기로 합의했으며, 순부채 조정 후 최대 190억 달러 이상의 현금 유입이 예상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시장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여 CK허치슨 주가는 하루 만에 20% 이상 급등했다.
(참고: 파나마 운하 운영권, 홍콩 CK허치슨→미국 블랙록 컨소시움으로)
그러나 해당 거래는 ‘원칙적 합의’ 단계에 머문 채 최종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이후 중국 당국의 규제 검토와 정치적 부담, 절차 지연 등이 겹치며 장기간 표류해 왔다.
여기에 이번 파나마 대법원 판결로 운영권의 법적 기반 자체가 흔들리면서, 매각의 전제 조건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재입찰 가능성…불확실성 장기화 우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CK허치슨이 해당 항만을 자유롭게 매각하거나 제3자에게 이전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파나마 정부가 재입찰을 추진하거나 운영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CK허치슨의 재참여 여부, 보상 문제, 국제 투자 분쟁 가능성 등이 향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홍콩 정부가 이번 성명에서 ‘홍콩 기업의 투자 신중론’을 직접 언급한 것도, 파나마 사안이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닌 홍콩 전체의 해외 투자 환경과 직결된 사안임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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