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인도에서 치명적인 니파(Nipah)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다시 확인되면서, 서구 언론을 중심으로 ‘차세대 팬데믹 후보’라는 경고성 보도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의 재림(Return of COVID-19)”이라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등장했지만, 전문가들은 현 단계에서는 과도한 공포보다는 과학적 감시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인도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동부 서벵골주에서 의료 종사자 2명이 니파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들과 밀접 접촉한 196명에 대해 역학조사와 검사가 진행됐으며, 현재까지 추가 확진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인도 정부는 “조기 차단이 이뤄졌고 상황은 통제 범위 내에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니파 바이러스는 과일박쥐와 돼지 등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감염자의 체액과 장기간 밀접 접촉 시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하다. 잠복기는 평균 4~14일이며, 초기에는 발열·두통·근육통·구토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중증으로 진행될 경우 뇌염과 호흡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치사율은 지역과 의료 접근성에 따라 40~75%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이 같은 높은 치명률과 아직 승인된 백신이나 특이 치료제가 없다는 점 때문에, WHO는 니파 바이러스를 ‘우선순위 병원체(priority pathogen)’로 지정하고 팬데믹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다만 전파력 측면에서는 코로나19처럼 공기 전파로 쉽게 확산되는 구조는 아니며, 현재까지는 주로 밀접 접촉을 통한 제한적 전파가 보고돼 왔다.
최근 인도 사례가 알려지자 태국,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네팔 등 아시아 여러 국가는 인도발 입국자에 대한 체온 측정과 건강신고서 제출 등 공항 검역을 강화했다. 홍콩 보건당국도 국제공항에서 인도발 항공편 승객을 대상으로 감시 조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필요 시 추가 방역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서구 일부 매체와 소셜미디어에서는 니파 바이러스를 두고 “차세대 코로나19”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공포를 증폭시키고 있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감염 규모는 극히 제한적이며, 인도 보건당국과 국제기구 모두 “광범위한 지역사회 확산 증거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니파 바이러스가 과거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인도 케랄라주 등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왔고, 박쥐 등 야생동물에 자연 숙주가 존재하는 만큼, 기후 변화와 인간-야생동물 접촉 증가가 장기적으로 새로운 전파 양상을 만들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이후, 국제 사회는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의 조기 감지와 투명한 정보 공개’의 중요성을 뼈아프게 인식했다. 니파 바이러스 역시 현재로서는 국지적 감염병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높은 치사율과 치료제 부재라는 특성상, 과도한 공포보다도 과학적 감시 체계와 국제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고: Nipah virus fears trigger airport checks across Asia after India confirms two ca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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