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대형 화재로 전소된 Tai Po 왕푹코트(Wang Fuk Court) 아파트의 현지 재건축을 요구하는 피해 주민들의 탄원이, 홍콩 정부에 의해 사실상 하루 만에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되면서 당사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홍콩 정부는 최근 화재 피해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장기 재정착 방안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직후, 사고가 발생한 부지에서 아파트를 다시 짓는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에 주민들은 재건축을 탄원 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부정적인 결론을 제시한 정부에 “형식적인 의견 청취에 불과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왕푹코트 주민 대표들은 원래 자리에 아파트를 다시 지어달라고 요구하는 탄원서에 800명 이상이 서명했다며, 홍콩은 물론 본토에서도 기존 단지를 철거한 뒤 동일한 부지에 재건축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지원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공동체 유지를 위해서라도 재건축이 반드시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 측은 해당 부지에서 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최소 1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민건연맹(DAB) 소속 Gary Chan Hak-kan 입법회 의원은 “주민들은 가능한 한 빠른 재정착을 원하고 있다”며, 장기 공사로 인한 불확실성이 오히려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재건축을 고려할 의사가 없다면 애초에 설문 문항에 해당 선택지를 포함시켜서는 안 됐을 것”이라며, 정부가 주민들의 기대를 키워놓고 곧바로 선을 그은 점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Chan 의원은 정부와 민간 기부, 보험금 등을 합한 약 40억홍콩달러 규모의 왕푹코트 지원기금을 우선 활용해야 한다며,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함께 공적 재원의 효율적 사용, 납세자 부담 사이의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는 원래 자리에 재건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복잡하고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홍콩건축안전학회 회장 Vincent Ho Ku-yip은 소유권과 보험 문제 정리, 주민 간 합의, 설계 변경 협의, 화재로 손상된 구조물의 철거 등 여러 난제가 동시에 해결돼야 하며, 순수 공사 기간만 해도 최소 6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아파트 재건축이 이뤄지더라도 기존 평면과 구조를 그대로 재현하기는 어려워, 주민들이 상당한 타협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상 방식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평당 6,000~8,000홍콩달러 수준의 매입가는 현재 주택 시장에서 유사한 새 아파트를 구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Vincent Ho 회장은 현금 보상보다는 동일 가치의 주택으로 교환하는 ‘플랫 포 플랫(flat-for-flat)’ 방식이 보다 신속하고 현실적인 재정착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피해 주민들은 “공동체를 지키고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호소가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재건축 문제를 둘러싼 논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Residents push back after govt says on-site redevelopment of Wang Fuk Court not prac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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