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홍콩 영화감독 주관위(周冠威)가 연출한 신작 영화 《자살통고(自殺通告), 英 제목: Deadline》가 홍콩 정부로부터 국가안보를 이유로 상영 불가 판정을 받았다. 홍콩 영화 검열 당국은 “영화 상영이 국가안보에 불리하다”며 상영을 승인하지 않았다. 감독은 이에 대해 “구체적 설명 없이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한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주 감독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8월 4일 영화 상영 심사를 신청했으나, 4개월이 넘는 심사 지연 끝에 최근 홍콩 정부로부터 공식 서한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서한에는 관련 조례 제10조 2항(d)에 따라 영화의 상영이 국가안보에 불리하다고 판단돼 승인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함께, 허가 없이 이를 상영할 경우 최대 벌금 100만 홍콩달러 및 징역 3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포함됐다.
주 감독은 이에 대해 법률 자문을 통해 사법부에 의한 정부 결정 번복 가능성도 검토했으나, “패소할 경우 거액의 소송 비용을 부담할 위험이 크고, 현재의 사법 환경에서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소송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홍콩 사회운동을 기록해온 감독
주관위 감독은 홍콩 사회운동과 정치적 격변을 꾸준히 기록해온 인물로 국제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14년 우산 혁명과 2019년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를 전후한 홍콩 사회의 변화를 다수의 영화와 다큐멘터리에 담아왔다.
특히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시대혁명(時代革命, Revolution of Our Times)》은 홍콩 내 상영이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 칸 국제영화제 특별 상영을 통해 국제적 주목을 받았으며, 대만 금마장 영화제에서 최고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홍콩 시민들의 시위 현장과 감정을 밀착해 담아냈다는 평가와 함께, 홍콩 국가보안법 이후의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 작품으로도 해석됐다.
이외에도 주 감독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들은 홍콩의 정체성, 자유, 시민 저항을 주요 주제로 삼아 왔으며, 중화인민공화국 반환 이후 홍콩의 미래를 암울하게 그려 국제적 주목을 받은 옴니버스 영화 《10년(十年, Ten Years)》의 공동 연출에 참여하는 등, 본토 공산당 체제와 새로운 국가보안법 체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상업 영화가 정치 사건이 됐다
주 감독은 신작 《자살통고》에 대해 “원래는 상업 영화로 기획된 작품”이라며 “의도치 않게 정치적 사건으로 규정됐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가 국가안보에 불리하다는 판단의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며 “국가보안법은 설명조차 필요 없는 법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또한 주 감독은 “이 영화는 나 혼자의 작품이 아니라 투자자, 배우, 스태프 등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담긴 결과물”이라며 “홍콩 관객 앞에 설 수 없게 된 현실이 매우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계속 영화를 만들 것”이라며 창작 활동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홍콩에서는 금지, 해외에서는 상영
한편 홍콩 내 상영이 금지된 《자살통고》는 해외 영화제에서는 상영 기회를 얻고 있어 주목된다. 주 감독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작품이 제55회 네덜란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International Film Festival Rotterdam)에 공식 초청됐다고 밝히며, “국제 영화제를 통해 더 많은 국가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홍콩에서 상영이 불가능한 영화가 해외 영화제를 통해 먼저 공개되는 현상은, 홍콩 국가보안법의 시행 이후 현지 영화계가 직면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데일리홍콩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