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한때 홍콩 최대 야당 이었던 민주당(Democratic Party)이 31년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고 해산을 결정했다. 이로써 1990년대부터 이어져 온 홍콩 의회 내 제도권 야당의 마지막 축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12월 14일 열린 임시 당대회에서 해산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참석·위임을 포함한 121표 가운데 117표(약 97%)의 찬성으로 해산을 의결했다. 라건희(羅健熙, Lo Kin-hei) 민주당 주석은 회의 직후 “당의 활동은 오늘부로 공식 종료된다”며 약 1년 동안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1994년 마틴 리 추밍(李柱銘, Martin Lee)이 이끌던 홍콩 민주동맹(United Democrats of Hong Kong)과 미팅포인트(Meeting Point)가 합쳐져 출범한 이후, 반환 전·후 입법회에서 최대 19석을 차지하며 최대 야당 역할을 해 왔다. 당 강령은 “홍콩은 분리할 수 없는 중국의 일부”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일국양제와 고도의 자치, 민주적 정부 구성이 홍콩의 번영과 중국 발전에 기여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과 2021년 선거제 전면 개편 이후, 민주당은 입법회와 구의회에서 모두 의석을 잃었고, 후보 자격 심사와 정치 환경 악화로 선거 출마조차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앞서 시민당(Civic Party), 사회민주련선(League of Social Democrats) 등 주요 민주파 정당이 잇따라 해산한 데 이어, 민주당마저 퇴장하면서 제도권 정치에서 조직화된 야당은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됐다.
민주당은 해산 이후 남은 자산을 산업재해·직업병 피해자와 유가족을 지원하는 ‘산재 노동자의 권리 옹호 협회(Association for the Rights of Industrial Accident Victims)’에 기부하기로 했다. 로 주석은 “30여 년 동안 홍콩 시민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영광이었다”며, 당의 역사가 홍콩 현대 정치사에 흔적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라 주석은 당원과 시민들에게 “친절함, 정직, 그리고 품위 있는 삶을 지켜 달라”고 호소하며, 홍콩 민주화 운동의 앞날에 대한 신뢰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홍콩 사람들이 민주주의가 옳은 길이라고 믿는 한, 민주화를 향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해산 이유는 “정치 환경”을 이유로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전·현직 지도부는 최근 몇 년 사이 중국과 홍콩 당국의 강경한 국가안보 기조와 선거제 개편 속에서 당의 활동 공간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토로해 왔다. 일부 민주당 원로는 올해 초 본토 측 인사들로부터 당의 미래 진로에 대해 연락을 받았고, “거스를 수 없는 힘” 속에서 해산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전했다.
(출처: End of an era as Hong Kong’s Democratic Party disbands after 31 years)
데일리홍콩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