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홍콩 타이포(大埔) 왕푹코트(Wang Fuk Court) 대형 화재 참사 여파로,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AMA AWARDS’가 레드카펫과 일부 연출을 대폭 줄인 채 진행되고, 주윤발·양자경 등 현지 스타들이 잇따라 불참하면서 30주년 K-POP 축제가 씁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아시아 최대 K-POP 시상식으로 7년 만에 홍콩에 돌아온 ‘2025 MAMA AWARDS’는 28·29일 이틀간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화려하게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행사 직전 타이포 고층 공공 주거단지에서 발생한 최악의 화재로 인해 전반적인 규모와 분위기가 크게 조정됐다. MAMA 측은 “Support Hong Kong”을 키워드로 한 추모·위로 콘셉트를 내세우고, 메인 공연은 유지하되 레드카펫 취소, 무대 연출 축소, 묵념 진행, 화재 피해 지원 기부 등 ‘축소 운영’ 방침을 공식화했다.
특히 홍콩 누아르의 전설로 불리는 ‘따거’ 주윤발과 아시아 최초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자 양자경이 글로벌 시상자로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화재 참사 이후 현지 정서를 고려해 불참하는 것으로 전해지며 상징성이 컸던 ‘홍콩 레전드’ 라인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여기에 홍콩 인기 보이그룹 미러(Mirror)도 매니지먼트사 메이커빌(Makerville)을 통해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서 마마 어워즈 불참을 발표하면서, 현지 스타 라인업은 사실상 붕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왕푹코트 화재는 26일 밤 왕청하우스(Wang Cheong House)에서 시작된 불길이 단지 내 8개 동으로 번지며 수십 년 만의 최악 화재로 번졌고, 28일 오전 기준 사망 94명(소방관 1명 포함), 부상 76명(소방관 11명 포함)이라는 막대한 인명 피해를 냈다. 구조 작업은 사흘째 이어지고 있으며, 홍콩 사회 전반에 애도와 충격이 확산된 가운데 대형 공연·축제의 자제와 형식 축소 요구도 커지고 있다.
(참고: Hong Kong fire death toll hits 128, status of 200 unclear; ICAC arrests 6 more)
실제 시상식 첫날 카이탁 스타디움 현장에서는 관객과 아티스트들이 대체로 블랙·화이트 톤의 의상을 착용해 비통한 분위기를 드러냈으며, 화려한 세트 대신 흰 조명만으로 무대를 둘러싼 단정한 배경과 함께 공연이 진행됐다. 시상식 시작 전에는 공식 조문 시간(콘돌런스 세션)이 마련돼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이 이어졌다.
무대에 오른 K-POP 스타들도 잇따라 애도의 뜻을 전했다. 보이그룹 라이즈(RIIZE)는 인기상을 수상하며 짧은 광둥어 인사로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애도를 전했고, 걸그룹 베이비몬스터와 아이브(IVE) 역시 팬 초이스 부문 수상 소감에서 한국어로 홍콩 시민과 피해자들을 향한 위로 메시지를 남겼다. 팬 초이스 시상에 나선 배우 이준혁은 “홍콩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힘이 K-POP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리더 방찬은 영어 소감에서 화재 피해자를 향해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항상 음악으로 힘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해 현장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행사 내내 카이탁 스타디움은 응원봉 불빛으로 가득 찼지만, 무대 위 아티스트와 진행자들은 홍콩의 비극을 의식한 절제된 무대와 메시지로 공연과 애도의 균형을 맞추려는 모습을 보였다.
MAMA 조직위원회는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비극적 화재로 피해를 입은 모든 이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음악의 치유와 연대의 힘을 믿기에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하되, 무대 연출을 절제하고 묵념과 기부를 통해 홍콩을 응원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이번 MAMA는 Mnet 개국 30주년을 기념해 카이탁 스타디움이라는 새 랜드마크에서 준비된 글로벌 K-POP 축제였지만, 홍콩 최악의 화재 참사와 맞물리며 축제와 애도가 교차하는 이례적인 시상식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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