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과 일본산 전 제품에 대해 25%의 일괄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일본 정부는 “굴복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SCMP는 일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10일 지바현 연설에서 “이것은 우리의 국익을 위한 전쟁”이라며 “우리는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다. 동맹이라 해도 말할 것은 말해야 하며, 지켜야 할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번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 발표한 ‘해방의 날(Liberation Day)’ 통상정책의 일환으로,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일괄 관세 조치다. 90일 간의 협상 유예 기간 동안 영국과 베트남만이 면제를 얻었으며,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오는 8월 1일부터 25% 관세가 공식 발효된다.
SCMP는 이시바 총리의 발언이 신중한 외교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의 측근과 일본 언론은 보다 직설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집권 자민당 정책조사회 의장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는 사가현 유세에서 “트럼프는 끔찍한 사람”이라며 “일본을 향한 처사는 매우 부당하다”고 공개 비판했다.
여론 또한 이번 사안에서는 정부 입장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일본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 되며, 불합리한 관세율에 대해 끈질기게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아사히신문》은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트럼프에게 알려줘야 한다”며 이시바 총리의 강경 입장을 지지했다.
SCMP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오랜 시간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에 의존해 왔으나 현재는 그 관계가 실질적으로 와해됐다고 전했다. 와세다대학교 시게무라 도시미쓰 교수는 “이시바는 트럼프와 개인적인 신뢰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며 “이는 과거 아베 총리와 트럼프 간 친밀한 관계와는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에까지 위협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현 상황을 일본 정부가 제대로 예측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FOX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은 매년 수백만 대의 일본차를 수입하지만, 일본은 미국차를 거의 수입하지 않는다”며 무역 불균형을 지적한 바 있다.
SCMP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 부문으로도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일미군 철수나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할 경우, 일본은 더욱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경제적 피해 역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다이와연구소는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해 일본의 GDP가 2025년에는 0.8% 감소하고, 2029년에는 최대 3.7%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국제대학의 히나타야마구치 료 교수는 SCMP에 “이시바 총리는 현재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보하면 정치적·경제적으로 치명타가 되고, 맞서 싸우면 트럼프의 추가 보복을 초래할 수 있다”며 어느 쪽도 쉬운 선택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교수는 또한 “트럼프는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라며, 이시바 총리가 미군 주둔 유지나 방위비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는 대신 무역에서 전략적 양보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SCMP는 기사 말미에서 “향후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며, 일본 국민이 오는 7월 20일 총선을 앞두고 이시바 총리의 대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출처: Japan refuses to yield on Trump’s tariff threat: ‘We will not be taken advantage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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