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데일리홍콩) 김한국 기자 = 표현의 자유와 공정한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두 가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위협받아 왔다. 이에 대해 텔레그램(Telegram)의 창립자 파벨 두로프(Pavel Durov)가 날 선 경고를 날렸다.
두로프는 지난 5월 18일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서유럽의 한 정부(🥖)가 루마니아 대선을 앞두고 보수 성향의 목소리를 침묵시켜 달라고 요청했다”며 “나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텔레그램은 루마니아 사용자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그들의 정치 채널을 차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는 없다. 선거 개입을 막는다는 이유로 선거에 개입할 수는 없다. 표현의 자유와 공정한 선거는 동시에 존재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루마니아 국민은 둘 다 가질 자격이 있다.”
이같은 발언은 단순한 채팅 플랫폼 운영자의 입장을 넘어서,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의 위선적 현실을 꼬집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민주주의를 운운하는 행위에 대한 정면 비판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국제사회에서도 점차 공감대를 얻고 있다. 올해 2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미국의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James David Vance) 부통령 역시 “표현의 자유 억압이야말로 유럽 안보의 최대 위협”이라며, 루마니아, 스웨덴, 영국 등에서 벌어진 검열 사례를 언급했다.
밴스 부통령은 “사실로 드러난 코로나19 실험실 기원설을 바이든 정부가 가짜 뉴스로 규정하며 검열을 지시했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의 말까지 보장되는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발언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한국 역시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에 심각한 제약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실에 기반한 표현’조차 ‘모욕죄’로 처벌되는 현실 속에서, 공공의 논쟁조차 사법의 영역으로 흘러가는 구조다. 이는 시민 개개인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제한하고, 정부 권력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기형적 구조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최근 일부 시민들이 ‘군필 예비역의 무장 자율권’을 주장하며 “국민 스스로 공동체를 지킬 자유”를 외치고 있는 ‘리셋 코리아’ 운동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현상이다. 이들은 무장권 요구를 넘어, 문신이 없고 범죄 이력이 없는 시민 중심으로 ‘건전한 자위권’을 외치며 책임 있는 자유의 구현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다수 국민이 거짓과 진실을 분별하기 어렵고, 주체적 결단을 내릴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며 자유의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자는 이러한 의견이 한국 시민들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다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는 그 자체로 시민의 성숙을 이끄는 과정이며, 민주주의는 바로 그 신뢰 위에서만 작동할 수 있다.
텔레그램의 두로프가 침묵을 거부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민주주의는 통제된 목소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이 자유롭게 공존할 수 있는 공간 위에 세워져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그 가치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데일리홍콩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